감정과 이성
새벽 1시에 오는 연락은 진심일까? 아니면 수작일까?
새벽에 핸드폰을 붙잡고 있으면,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필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갑자기 나타난 그 물건이 이상하게 갖고 싶다.
이것도 저것도 장바구니에 담고 담는다.
분명 내일 아침이면, 생각조차 나지 않을 물건들인데,
5분 남은 할인이라는 상술에 속아 결제 버튼을 눌렀다.
새벽에 쓰는 글은 늘 위험하다.
밝아야 할 장면도 자꾸만 우울하게 적힌다.
당차고 밝은 캐릭터가 나에게 이입해 말끝을 흐리며 설정이 붕괴되었다.
연락도 그러하다.
헤어진 연인에게 오는 연락.
또는 아주 오래전에 썸을 탔던, 이제는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사람의 연락.
자니? 뭐 해? 잘 지내?
새벽 1시에 오는 그 연락은 과연 순간이 주는 외로움일까, 그리움일까
과학적으로 새벽의 뇌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감정만을 또렷하게 남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간에 쓸모없는 물건을 사고,
다시 하지 않겠다던 연락을 하고,
엉뚱한 글을 쓰기도 한다.
통제력을 잃은 상태.
어쩌면 그것이 가장 나다운 순간인지도 모른다.
억눌렀던 감정, 참았던 욕망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시간.
순수하다기보다, 솔직한 상태.
쓸모없지만, 통장잔고를 보며 지켜냈던 욕망.
가끔은 머릿속에 있는 모든 문장들을 꺼내보이고 싶었던 욕망.
정말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욕망.
낮에는 사회적 규범에 맞춰,
타인을 의식하며 하지 못했던 일들을 슬쩍 저지르는 시간.
판단력이 흐려져 통제력을 잃은 것이 진짜 나일까?
아니면, 사회적 체면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 진짜 나일까?
과연 그 선택은 나의 선택인가.
호르몬의 선택인가.
호르몬의 선택도 결국 나의 선택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어디까지 나라고 볼 수 있을까?
용기를 주던 새벽의 마법은,
아침에 해가 뜨면 풀려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