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에 담긴, 노스탤지어
나에겐 묘한 시간이 있다.
불 꺼진 거실에 앉아 홀로 TV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시간의 흐름이 멈춰진 듯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어딘가 외롭고,
어딘가 어색하며,
어딘가 다른 세상으로 옮겨진 듯한 기분.
고등학생 시절부터 느껴지던 이 감정은
어른이 된 지금도 같은 상황에 놓이면
어김없이 다시 나를 찾아온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혹시 지금의 내가,
어린 시절의 내가 꾸고 있는 긴 꿈은 아닐까.
언젠가 그 꿈에서 깨어나면
어른이 된 나는 없었다는 듯
거실소파에 누워 있는 어린 시절의 내가
잠든 채로 남아 있을 것만 같다.
이 감정은 단순한 외로움도, 그리움도 아니다.
그 시절의 공기와 소리, 밤의 정적까지
그대로 다시 떠오르는 이 감정에는
노스탤지어라는 이름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과거를 떠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막연하지만 절절한 그리움.
되돌릴 수 없음을 알면서도
다시 한번 머물고 싶은 마음.
불 꺼진 거실에
홀로 켜진 TV.
그 안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은 다양했다.
혼자였던 주인공이 동료가 생겨나는 만화,
세계를 떠도는 여행프로그램,
아무도 가보지 못한 심해 다큐멘터리,
사랑에 목숨을 건 로맨스 영화.
문득, 내가 '혼자구나'라는 인식이 찾아오면
그 감정도 어디서든 따라온다.
그 시절, 그 시간이 꼭 좋은 기억은 아니었지만,
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낯선 감정의 여운은
내 안에 오래도록 머문
노스탤지어의 정체 아닐까.
노스탤지어 : 그리움, 추억, 향수와 같이 한 단어로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시간 너머에서 나를 감싸는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