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함이 만든 소중함
죽지 않고, 병들지 않고, 영원히 살아간다는 설정은
어딘가 신비롭고 멋진 일이었다.
만약 수많은 과학발전으로 나의 삶이 지금보다 훨씬 더 오래 연장된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그 물음이 자주 떠오른다.
짧은 시간 안에도 처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보면,
그 긴 시간 동안 펼쳐질 변화들이 더욱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모든 일을 다 해봤고, 모든 감정을 다 겪었고,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는 걸 수도 없이 바라보았다면
그 속에 나만 덩그러니 남겨진다면,
그 삶은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삶이 특별한 이유는, 그 끝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절실한 이유도 언젠가 끝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즐거운 여행에서 반드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우리는 더 열심히 구경하고, 더 집중해서 바라보고, 조금 더 웃으려 노력하게 된다.
만약 돌아갈 필요 없는 여행이라면?
그 여행이 끝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그렇게 열심히 살아낼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반복되고, 익숙해지고 놀라움도 감동도 점점 흐려져만 간다.
영원한 시간이란,
결국 고독이라는 이름의 감옥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끝없는 시간이 아니라 의미 있는 순간일 것이다.
사라질 것을 알기에 우리는 오늘을 더 깊이 사랑하고,
한 사람을 더 진심으로 안고 하루를 간절히 살아간다.
삶은 유한하기에 소중하다.
그 유한함이 우리를 삶에 붙잡아두고,
'지금 여기'라는 시간을 더 간절하게 살게 만든다.
혹시라도
모두가 떠난 세상에서 혼자 영생을 누리고 있다면,
그 사람은 진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오늘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가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더욱 살아내야 한다는 것.
언제 올지 모르는 그 끝이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