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가는 증거일까
언제부터인가 감정의 높낮이가 사라졌다.
예전에는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요동쳤는데, 이제는 그저 그렇다.
흥미로웠던 것들은 점차 재미를 잃어간다.
가슴이 뛰던 일들이 어느 순간 평범해졌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어쩌면 이런 감정을 받아들이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즐겁지도, 그렇게 우울하지도 않은 상태가 줄다리기한다.
나이를 먹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점점 늘어났고,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며
잊히고 소멸하는 것들과 새로 태어나는 것들로 가득 차고 있다.
그 모든 변화들이 예전의 나에겐 무척이나 설레는 일이었다.
"언제 철들래?"
자주 듣던 말이다.
한때 누군가는 내가 철들기를 바랐고,
지금은 철들면 인생이 재미없어진다고 말한다.
나는 영원히 철들지 않는 철부지로 자랄 줄 알았다.
내 기준에 철이 없다는 건,
영원히 하고 싶은 일들을 눈치 보지 않는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뭐,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내 인생은 잔잔한 호수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나는 내가 갖은 환경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살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의 이 상태는 흔히 말하는 '노잼 시기'와는 좀 다르다.
나도 몇 번의 노잼시기를 겪어봤지만 감정의 결이 이상하게 낯설다.
최근에 긴 머리를 턱선에 맞춘 짧은 단발로 머리스타일을 바꿔봤고,
집에서만 머물던 시간들을 가까운 근처로 나가며 장소를 바꿨다.
인스타와 유튜브, 블로그를 보던 사람에서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많은 것들을 저지르고 있음에도 그 흥미로운 감정이 너무 짧게 스쳐 지나갔다.
어른이 된다는 건
완벽한 감정형 인간이 이성형 인간으로 바뀌어버리는 과정일까?
모든 감정이 '무'에 가까워진 지금,
나는 내 감정조차 생소하게 느껴진다.
아니면, 나는 더 큰 도파민을 바라고 있는 걸까?
작년보다 훨씬 많은 씨앗을 뿌려놓은 올해,
아직 아무것도 수확하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감 때문일까?
열정이 줄어든 게 아니라,
기다림이 지치게 만드는 걸까.
감정이 낮아진다는 건,
정말 어른이 되어간다는 신호일까.
아니면 잠시, 긴 한숨을 쉬고 있는 걸까.
다음 계절이 오면, 집 나간 감정들이
다시 돌아와 줄까.
나는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