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이 스며들어온다

나의 세계가 넓어진다.

by 해다니

한 사람이 나에게 온다는 것.

단순히 그 사람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만 한다는 뜻이 아니다.


평소에는 정말 쳐다도 보지 않던 음료들을

그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함께 마시게 되고,

그것이 하루이틀 쌓이다 보면

그가 없어도 나는 그 음료를 자연스럽게 주문한다.


아침마다 눈뜨기 싫어서 이불속에서 꿈틀거리던 내가,

그와 한마디 더 나누고 싶어서 억지로라도 눈을 뜨게 된다.


"잘 잤어?"


SNS를 습관처럼 보던 내가,

조금씩 그 사긴을 줄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그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가 하는 삶의 방식들이 어느새 나에게 스며든 것이다.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SNS보다 자신의 일과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다.


드라마와 연예인, 유행에는 무심했지만,

자신의 하루를 가치 있게 살아가는 사람.


그런 그에게 물든 걸까.

문득 돌아보면, 나도 그와 비슷한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

어쩌면, 내가 더 넓은 취향과 세계를 갖게 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좋은 세계만 넘어온다면 다행이지만,

사람에게는 누구나 각자의 사정이 있다.

그 모든 것이 나에게 스며든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을

어느 정도는 두려워하는 것 같다.


지금껏 단단하게 구축해 온 나만의 세계에

균열이 가고, 새로운 것들이 들어올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를 찾는다.

나의 세게를 무너뜨리지 않고,

그저 나의 세계를 천천히 넓혀줄 수 있는 사람.


나는 나를 잃지 않았다.

다만, 하나의 세계가

나에게로 흘러들어왔을 뿐이다.


이 행복한 균열이 조금 더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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