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사람들
C선배는 늘 말 줄임표가 따라다니는 사람이었다. 단순히 그가 말 주변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허우대는 멀쩡하게 생겨서 도대체 왜..."
항상 말 끝에는 그를 경멸의 눈동자도 함께 담겨있었다.
C선배는 키가 큰 편에 속했고, 매일 같이 운동을 하며 자기 관리도 철저한 사람이었다. 그의 나이는 40대를 코앞에 둔 시기였다. 지금이야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흠도 아닌 세상이지만, 10년도 더 된 그 시절에는 시선이 조금 달랐다.
그 무렵, 아이돌 커플의 열애설이 화제가 됐다.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탑 아이돌과 이제 막 데뷔해서 라이징 스타였던 여자 아이돌의 연애 소식. 그들의 파격적인 행보는 단순히 '급'의 차이가 아니라, 16살이라는 나이차이 때문이었다. 내가 왜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인가 싶겠지만, C선배는 그 뉴스를 보고 근거 없는 자신감을 얻은 듯했다.
새로운 행정사원이 들어왔다. 그녀는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취업을 먼저 한 상태였다. 그녀의 외모는 단박에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박 00 이는 이상형이 어떻게 돼?"
"아, 저는 키 크고 다정한 사람이요."
"나도 한 다정하는데, 나를 콕 집어서 이야기하는 거 같네."
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을 던지며 그녀를 노골적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장난과 억지 섞인 발언에 그녀는 썩은 웃음을 지으며,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흘렸다.
"딱 봐도 아니라고 말하는 거 같은데, 선배 눈치 되게 없으시네요."
"그래? 진짜야? 00 이가 다시 말해봐."
"아, 맞다. 아까 00팀에서 찾던데! 내가 전달한다는 걸 깜빡했네. 얼른 가봐."
그녀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리를 벗어나게 해주는 것뿐이었다. 그 후로도 C선배는 노골적으로 자신을 어필했다. 집 자산이 얼마인지, 과거 여자친구들이 아직도 그를 못 잊었다는 연락이 온다며 자랑했다.
"아직까지도, 그렇게 나만한 사람 없었다고 연락 온다니까."
"그러면 그분 다시 만나시면 되겠네요."
"동갑이었어. 애도 낳아야 하는데 나이가 많잖아. 딱 우리 박 00이라면 모를까."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 거예요? 정말 궁금해서요."
그는 대놓고 아이돌 열애설을 들먹이며, 그 둘도 16살 나이차를 극복하고 사귀는데 왜 자기는 안되냐는 식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나는 왜 안돼? 그렇지 않니? 생각해 봐."
"그 남자 아이돌은 재력이 많잖아요. 돈도 있고, 사업도 꽤 잘하고 있고, 인기도 많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가 좋아서 만난다잖아요."
"나도 안정적인 직업 있지, 이 정도면 관리 잘해서 동안이라는 소리 많이 듣고, 재산도 지방에 아파트로 따박따박 월세 나오고 있어. 오히려 우리 둘이 잘 될 수 있는데 너희들이 옆에서 안 좋은 이야기들로 방해하는 거 아니야?"
"정말... 하, 아니에요. 알아서 생각하세요."
그는 아무도 여지를 주지 않았지만, 혼자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었다. 하루는 간식이 먹고 싶다는 행정사원에 당당하게 카드를 내밀며 이야기했다.
"간식이 먹고 싶으면, 나한테 이야기를 했어야지. 자, 이거 가지고 가서 먹고 싶은 거 다 사 먹어 한도는 2만 원이야."
그가 내민 건 자신의 개인카드가 아닌 법인카드였다. 그리고 정해준 한도는 2만 원.
박 00은 그의 카드를 들고,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고 이내 '띠링-'하는 소리와 사용 내역이 그의 핸드폰에 전달되었다.
[편의점 00 지점 사용금액 : 23,000원]
그는 그녀가 2만 원이 아닌 2만 3천 원을 사용한 것에 분노를 터트렸다.
"하. 참나."
"왜 그러세요?"
"한도 2만 원이라고 명시를 했는데, 2만 3천 원을 썼네. 이따 오면 한 마디 해야겠네."
"2만 원이나 2만 3천 원이나, 뭘 그렇게 쪼잔하세요. 선배님 거도 같이 샀나 보죠."
"아, 그런 건가~ 하지만 내 말을 어겼잖아."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그녀는 그의 간식을 사 오지 않았다.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웃으며 영수증과 카드를 내밀뿐이었다.
그 후로도 단체 회식을 마치고, 행정사원들끼리 가려는 2차 회식자리. 어린 여자들끼리 밤늦게 노래방에 가는 것이 위험하는 명분으로 그 자리에 찾아왔다. C선배는 굳이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자기 옆자리는 꼭 박 00이 앉아야 한다며 은근한 압박을 줬다. 그의 모든 행동이 자신의 평판을 갉아먹고 있다는 걸 그는 끝내 몰랐다.
이유 없는 결과는 없었다. 결국 그를 혼자 남긴 건, 끝내 버리지 못한 3천 원짜리 자존심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