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사람들
빛이 잘 드는 창가에 위치한 B선배의 자리는 늘 비어 있었다. 그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 외부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이었다. 사무직임에도 현장에 나가있는 B선배는 그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난감한 일이 생길 때면 모두가 그를 찾아왔다.
B선배가 자리에 앉아 있는 날이면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은 선글라스로 가려두고, 털털한 복장에 검은색 지압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풍기는 분위기만 보면 건설현장 반장님이나 고등학교 체육선생님 같았다.
행정사원들 모두가 정확히 그가 하는 일에 대답할 수 없었다.
"B선배는 정확하게 하는 일이 뭐야?"
"글쎄, 가격 후려치는 거?"
"그게 하는 일이라고?"
"어찌 보면 회사입장에서 그게 제일 능력이 좋은 일일걸?"
가격을 후려친다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도 납득할만한 단어선정이었다. 임대업을 하시는 분들은 방송국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일단 가격을 높게 부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그가 더 필요한 존재였다.
"이번에 이거를 이렇게 빌렸는데, 이 가격이 맞을까요?"
"견적서는? 거기, 놓고 가라."
그는 들고 있던 효자손으로 책상 끄트머리를 톡톡 쳤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면 업체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거, 다 사전에 합의된 금액이었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바꾸시면 어떡하자는 건가요. 저희도 정말 힘들어요."
"아, 그게... 저는 금액만 처리하는 사람이라서요. 그런 부분까지는 제가 도와드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하, 알겠어요. 그쪽이 무슨 힘이 있겠어요. 그냥, 저희도 힘들어서 하소연해봤어요. 일단 저번에 보내드린 세금계산서 취소하고 다시 발행해 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의 전화 한 통이면 1000만 원짜리 세금계산서가 95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내편이라면 아주 든든한 사람이고, 남의 편이라면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평소에는 그저 허허실실 웃으며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점심시간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팀장님 바로 앞에 놓인 손님맞이용 소파에 누워 잠을 청해도 팀장님은 그에게 아무런 쓴소리도 하지 않았다.
팀장님도 그의 훌륭한 협상 능력을 높이 평가하기에 아무 말하지 않는 것 아닐까. 그렇기에 곤란한 상황이 생기면 사람들은 모두 그를 찾아왔다. B선배는, 이상하게 믿음이 가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