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중독자

결과가 두려워 시작하지 않은 사람

by 해다니

친구들이 꾸역꾸역 자신의 길을 찾아 항해를 할 때,

나는 늘 선착장에 남아 그들을 배웅했다.


무사 귀환을 빌었고, 거친 바다에 떠밀리지 않도록 조언을 건넸다.


그들은 폭풍을 뚫고 바다를 건넜고,

이제는 우주선을 타고 안드로메다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선착장에 앉아 있었다.

나도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가능성'이라는 단어만 붙잡고


그저 실패를 두려워하는 쫄보 중에 하나였지만,

그걸 잘 포장하기 위해 나는 '가능성 중독자'로 남기로 했던 것이다.


친구들과 마라톤 10k에 도전하기로 약속을 했었다.

두 친구들도 마라톤은 처음 도전해 보는 것이었고, 우리들은 설레고 있었다.


운동화 하나만 있으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발에 맞는 운동화, 무릎보호대, 스마트 워치, 기능성 옷, 귀에 부담 없는 이어폰까지...


나는 점점 준비하는 일에 지쳐갔고,

결국 연습조차 흐지부지 멈춰버렸다.


반면 친구들은 달랐다.

단 8주 만에, 1분도 못 뛰던 친구가 40분을 쉬지 않고 달리게 되었고,

다른 친구도 꾸준히 체력을 쌓아냈다.


나는 핑계도 많았다.

무릎이 아프다는 이유,

날씨가 나쁘다는 이유,

오늘은 피곤하다는 이유,

할 일이 많다는 이유까지.

별별 핑계를 만들어 연습을 게을리했다.


단 8주 만에 그들과의 격차는 벌어졌고, 나는 만명중 꼴등으로 결승라인을 통과할 내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그 걱정들이 스트레스가 되었던 건지,

나는 당일에 늦잠을 자고 말았다.


친구들은 화가 났고,

나는 결국 도전조차 하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 나갈 능력을 못 채웠다고 생각해서 안 간 거잖아."


그 말이 나의 마음을 때렸다.

실패가 두려워서,

가능성만 붙잡고 있었던 나.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1등이 있으면,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사람도 있는 것인데

나는 실패가 창피해서 도전조차 하지 않은 사람이 된 것이었다.


뛰기만 했어도 꼴등은 아니었을 거라는,

그 말도 안 되는 가능성에 나 자신을 숨겨둔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식으로 도전을 미뤄왔다.

실패가 두려워서

실패가 무서워서

실패자로 낙인찍힐 것 같아서.


실패는 창피한 일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인데


나는 아직도

"혹시 잘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라는 가능성에 숨어 있었다.


가능성만 믿고 도전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마지막까지 걸어서라도 도착한 사람은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사람보다

더 값진 시간을 가진 것이다.


그걸 알기까지, 나는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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