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일기 14

나쁜 필터

by 해다니

야외 주차장을 빠져나와 회사 앞으로 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손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이런 상태로 누군가를 태워도 되는 건가?'


나의 생각이 떠나기도 전에, 운영국장님과 고문님이 건물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뒷좌석에 고문님이 탑승하고 조수석에 나의 사수가 앉았다.


"저, 혼자 다녀오는 건 줄 알았어요."

"여기서 국도 타고 차선변경 없이 쭉 가면 되긴 하는데, 그래도 걱정이 된다고 같이 가라고 하셔서요."

"그냥 옆에 누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네요."


00 대학교를 찾아가는 일은, 내가 일 년에 두 번 운전대를 잡을 때의 길과 완벽하게 일치했기에 딱히 길을 잃고 헤매는 것에 걱정은 없었다. 그저 뒷자리에서 고문님이 매의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그 시선이 나의 뒤통수를 따갑게 만들었다.


"자네, 평소에 운전은 좀 하나?"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그 말투에 신뢰감을 주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나 싶다가도 금방 들통날 것 같은 나의 운전 솜씨에 사실대로 말하기로 결심했다.


"일 년에 두 번 정도하고 있습니다."

"명절 때?"

"네."

"명절 때 얼마 나가는데?"

"1시간 정도요."


대화 중 그는 배에 걸린 안전벨트가 불편했는지 풀어버렸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안전띠를 계속 착용하셨다면 급브레이크 때 머리받침대에 부딪히지 않으셨을 것이다. 깜빡이도 없이 튀어나오는 차, 아슬아슬하게 차선을 밟으며 운전하는 사람들 등 도로 상황은 정말 예측할 수가 없었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내가 두 번의 사과를 하자, 그는 그제야 풀었던 안전벨트를 몸에 맞게 고정했다. 그는 성난 표정으로 '큼큼'소리를 내며 나에게 주의를 주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00 대학교. 고문님은 차를 위아래로 훑더니 이번에는 먼지로 더러워진 차의 상태를 지적했다.


"하, 내가 거기서 푼돈 받는 고문이지, 여기서는 대학교수인데 차 꼴이 이런 건 좀 아니지 않나?"

"어떤 부분이 불쾌하셨을까요?"

"이거, 세차 언제 했어? 내일도 타고 와야 하는데 운전교육 똑바로 시키고, 세차 좀 합시다."


그는 나를 향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사수에게 언성을 높이며 이야기했다. 그녀는 곧 퇴사를 앞두고 있으면서 연신 고문님을 향해 허리와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 고문님이 자리를 떠나고 나서야 나는 사수에게 물었다.


"곧 퇴사하실 건데, 왜 그렇게까지 굽신거리면서 사과하세요?"

"고문님은 이렇게 과한 액션 해드리는 거 좋아하시는 편이세요. 제가 알려드리는 꿀팁 같은 거예요. 이제 복귀할까요? 복귀하는 길은 제가 운전할게요."

"제가 운전이 좀 서툴렀죠?"

"저도 여기서 처음 운전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사고도 여러 번 날뻔했어요. 이 정도면 아주 양반입니다."


그녀는 나를 다독여주었다. 고문님의 말씀에 따라 근처 터널 세차장에 들렸다. 그녀는 여러 번 왔다며 세차장 쿠폰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쌓여있는 쿠폰과 완벽한 코너 핸들링에 능숙한 선배미 때문에 그녀가 멋있어 보였던 것도 잠시였다. 세차를 끝낸 후에는 그녀에 대한 기대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터널 세차장 입구의 노란색 표지판에는 빨간 글씨로 '사이드미러를 꼭 접어주세요.'라는 주의 사항이 적혀 있었다. 그녀가 못 봤을까, 아니면 보고도 모른 척했던 걸까? 접지 않은 사이드 미러가 긁히며 경미한 사고가 발생했다.


"아이고, 어쩌죠."

"전화해야죠. 보험 잘 되어있어서 괜찮아요."


그녀는 익숙하다는 듯 사고를 처리하고, 서비스센터에 차 수리를 맡긴 뒤 우리는 나란히 버스를 타고 복귀해야 했다.


"여기서 버스 타면 1시간은 더 걸리겠어요. 퇴근시간 넘어서 도착할 거 같은데 어쩌죠?"

"괜찮습니다."

"00 씨 오늘 첫날인데 하루가 참 길게 느껴지겠어요."

"네, 사실 그렇긴 해요."

"저는 여기를 다니면서 하루가 매일 한 달처럼 느껴졌어요."

"왜요?"


그녀는 나에게 회사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 00 주도하에 다른 직원들이 자신을 왕따 시킨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자신이 그들에게 잘못한 게 없는데 하는 일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당한다는 말을 했다.


"제가 못나서 그런 취급받는 걸 수도 있는데. 하지만 00 씨는 나랑은 다른 사람이니까 다를 수 있겠다."

"전혀 못나지 않았어요. 가해자가 나쁜 거죠. 고등학생 때 일진이었나? 나이 먹고도 그러다니 너무하네요."

"00 씨랑 같이 일했으면 힘나고 좋았을 텐데. 저는 그래서 이젠 다시 여자들만 있는 집단에서 일 안 하려고요."


대화를 나누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녀를 위로하는 일과 내 앞날을 걱정하는 일 밖에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도착한 사무실에는 역시나 모두가 퇴근한 상황이었다. 둘 다 가방을 챙겨 나가며 인사를 나눴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네, 내일 봐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애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이제 집에 가."

"첫날부터 야근한 거야?"

"아주 작은 사고가 있었어. 세차장에서 사이드미러를 조금 부숴먹었거든."

"안 다쳤어?"

"그렇지, 안 다쳤냐가 먼저 맞지? 여기 사람들은 차부터 걱정하긴 하더라. 여기 괜찮은 곳 맞을까?"

"그럼, 그냥 그만둬. 다른데 일 구하자."


나의 애인은 내가 조금이라도 힘든 내색을 하면 포기하라는 말부터 꺼냈다. 첫날부터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 하루 종일 부정적인 이야기만 들은 나에게는 자연스럽게 나쁜 필터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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