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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드웍스 HEADWORKS Aug 17. 2021

샴푸 개발자가 말하는 샴푸 고르는 꿀팁 6가지

샴푸는 도대체 뭘 써야 하는 걸까?

안녕하세요, 현직 샴푸 개발자입니다. 일상에서 없으면 안되는 샴푸, 본인에게 맞는 샴푸를 고르는 합리적인 방법을 소개해드리고자 글을 작성합니다. 샴푸 개발 과정에서 습득한 지식과 실제 경험에 기반한 글이며, 샴푸 고르실 때 참고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샴푸 고르는 꿀팁 6 Step

Step 1. 3만원 이상의 샴푸는 쳐다보지도 말자
Step 2. 내 두피 유형을 알아두자
Step 3. 어렵지 않다. 몇 가지 성분만 기억하자
Step 4. 좋은 성분이 얼마나 들었지? 핵심은 '함량'
Step 5. '추출물'을 의심해보자
Step 6. 증상이나 고민이 심하다면 약품을 병용하자


샴푸 개발 기간 동안 사용해본 시중 샴푸들.약 100개쯤 되는 것 같습니다.



샴푸는 도대체 뭘 써야 하는 걸까?


저번 글을 올린 후 다양한 문의를 받았는데요, 좋은 샴푸 고르는 걸 어려워하시는 분이 많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장에는 수천 개도 넘는 샴푸가 존재합니다. 다들 자기네 제품이 최고라고 하지요. 샴푸의 홍수 속에서 나에게 맞는 제품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당연히 직접 오랫동안 사용해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건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일이죠.


여러분의 시간과 돈은 소중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나에게 맞는 좋은 샴푸"를 그나마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공유드리려 합니다. 샴푸 개발을 위해 2년 넘게 100개 이상의 샴푸를 사용했던 경험과 여러 지식을 총동원하고, 거짓되고 편향된 정보는 최대한 경계하면서요.



Step 1. 3만원 이상의 샴푸는 쳐다보지도 말자


제가 항상 강조하는 내용인데요, 샴푸는 비쌀 필요가 없습니다. 샴푸 내용물의 평균 원가를 혹시 아시나요? 예상하셨듯 높지 않습니다. 제품의 판매가가 3만원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원가는 10% 미만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비싼 내용물이라고 해도 10-15% 내외일 것입니다. 물론 제가 세상 모든 샴푸의 원가를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동안 접했던 샴푸 내용물의 원가는 대부분 위에서 말씀 드린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제품 원가에는 패키지를 비롯한 여러 비용이 추가됩니다. 그러나 우리의 두피와 모발에 닿는 내용물 그 자체의 값은 비싸지 않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제품은 비싸니까 내용물도 그에 비례해 특별할거야"라고 생각하신다면 한 번 더 의심하고 살펴보시길 추천합니다. 내용물과 상관없이 판매가만 비싸거나, 샴푸 통이나 박스만 지나치게 화려한 제품일 확률이 상당합니다. 이전 글에서 말씀드린 샴푸의 과학적 한계 또한 고려한다면 샴푸에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이유는 더욱 적어 보일 것입니다. 물론 비싼 샴푸가 내게 너무 잘 맞고, 이에 가격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경제적 능력이 되신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Step 2. 내 두피 유형을 알아두자


모두를 위한 샴푸는 없습니다. 개인마다 두피 컨디션이 다르기 때문에 '남에게 좋은 샴푸 = 나에게 좋은 샴푸'의 공식이 항상 성립할 수는 없습니다.


시중의 많은 샴푸는 만능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탈모든 비듬이든, 두피에 기름기가 많은 지성이든 수분이 부족한 건성이든, 이 샴푸가 다 해결해준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두피의 문제나 타입에 따라 샴푸에 필요한 성분 구성은 조금씩 다릅니다. 내 두피에 맞는 제품을 찾아 쓰는 것이 두피를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름길인 이유입니다.



대표적인 두피 유형을 간략히 적어보았습니다. 자신의 두피 상태를 꽤 정확하게 정의하는 접근법이 두피 문제 x 유수분 정도 매트릭스라고 생각하는데요. 내가 겪는 두피 문제와 나의 두피 타입을 교차시켜서 이에 맞는 샴푸를 찾는 것입니다. 여기서 '두피 문제'는 탈모, 비듬 가려움 등등을 뜻하며 '유수분 정도'는 유분과 수분량에 따라 두피를 지성, 건성 등으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피부 타입을 고려해 스킨케어를 고르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셔도 좋겠습니다.


자신의 두피 문제나 두피 타입을 자가 진단하는 방법들은 인터넷에 많이 나와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두피문제 X 유수분 정도 매트릭스 또한 쉬운 이해를 위해 간소화한 버전임을 밝힙니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 싶으시다면 피부과를 방문하시는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Step 3. 어렵지 않다. 몇 가지 성분만 기억하자


'화장품'인 샴푸, 효능의 과학적 한계에 대해서는 익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럼에도 두피 관리의 차원에서 샴푸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은 분명 존재합니다. 100년에 가까운 샴푸 역사 속에서 여러 성분이 발명되었고, 내 두피 상태에 맞춰 효능이 입증된 성분을 사용한다면 분명 효과적인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매일 쓰는 샴푸,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내게 맞는 성분 구성을 찾아야죠. 이 글에서는 위에서 말한 '두피 문제'에 한정하여 개인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성분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탈모샴푸라면 '카페인' 성분을 주목하자

탈모 고민이 있다면 카페인이 들어간 탈모샴푸가 많다는 걸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카페인이 왜 이렇게 흥하는지 의아하실 수도 있는데요, 사실 카페인 성분은 샴푸 제형에서 탈모 완화의 효능을 인체적용시험으로 입증한 대표적인 성분입니다.

특정 성분의 탈모 완화 효능을 시험할 때, 씻어내는 샴푸가 아니라 바르고 흡수시키는 리브온(leave-on) 제형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아무래도 씻어내지 않으니 개선 결과가 더 잘 나오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카페인 성분은 빠른 두피 침투력을 가지고 있어, 씻어내는 샴푸로도 장기간 사용을 통해 어느 정도 탈모 완화 효능이 입증되었습니다. 물론 누누이 말씀드린 것처럼 모발 탈략 양이 조금 개선된 것일 뿐 드라마틱한 효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이러한 효능이 입증된 성분은 카페인 외에도 있겠지만,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카페인이다 보니 탈모샴푸에 많이 활용되는 추세입니다.


비듬 3대장 '징크피리치온', '피록톤올아민', '클림바졸'

많은 분들이 비듬은 잘 씻어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시는데요. 그만큼 중요한 것이 균을 잘 컨트롤하는 것입니다. 징크피리치온, 피록톤올아민, 클림바졸 세 성분은 대표적인 항균 성분으로 비듬을 꽤나 근본적으로 케어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비듬뿐 아니라 균에 의해 발생한 트러블 등에도 도움을 줄 수 있고요.

그러나 비듬샴푸로 홍보하는 제품 중 이러한 유명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않는 경우도 제법 많습니다. 그 이유가 '다른 좋은 성분이 들어있어서'라면 다행이겠지만, 이러한 원료나 성분의 가격이 높은 편이라 취급하지 않는 제품도 간혹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 외 케토코나졸, 셀레늄 설파이드, 시클로피록스올아민 등의 성분들도 있는데요. 이들은 항진균제로서 효능이 정말 빵빵하게 입증되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제도상 일반 화장품에서는 사용 불가능합니다.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는 니조랄, 노비프록스와 같은 약용샴푸나 일부 외국제품에 함유되어 있지요. 따라서 비듬 가려움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이러한 샴푸를 처방받아 일반 샴푸와 병용하며 케어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Step 4. 좋은 성분이 얼마나 들었지? 핵심은 '함량'


샴푸 개발 중 알게 된 어떤 시중 샴푸, 핵심 성분 함량이 고작 0.00022%였던 사례는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성분명은 물론이고 성분의 함량을 아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화장품법상 업체는 몇 가지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 소비자에게 원료의 함량을 공개할 의무가 없습니다. 그러니 결국 함량에서 공급자/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가장 커진다고 볼 수 있겠죠.


함량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요? 함량을 공개하는 브랜드라면 다행이지만, 공개하지 않는다면 전성분표를 통해 대략적으로 유추해보실 수 있습니다. 화장품법상 전성분표에는 함량이 많은 순서대로 성분을 적어야 합니다. 따라서 어떤 핵심성분이 전성분표의 맨 끝에 위치해있다면, 극소량일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컴플렉스 성분은 일부 경우에서 예외). 그러나 이는 여전히 부정확한 방법이며, 브랜드가 핵심성분의 함량을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여 구매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입니다.


참고로, 함량을 표기할 때 ppm이라는 단위를 접하실 텐데요. ppm은 parts per million의 약자로 백만분의 일을 뜻합니다. 퍼센트가 백분의 일이니, 1ppm은 0.0001%인 것이죠. 자신있게 ppm으로 함량을 자랑하는 제품을 보신다면 %로 환산해보세요. 대충 감이 오실 겁니다.



Step 5. '추출물'을 의심해보자


자연 추출물 중에도 효능이 잘 검증된 성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간혹 "정제수 대신에 xx 추출물이 들었다"는 홍보 문구를 접한다면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 또한 샴푸를 개발하면서 수많은 'xx 추출물' 성분을 넣어보라는 제안을 받았었습니다. 그러나 꽤 많은 추출물 성분이 '물에 담갔다가 빼는' 방식으로 제조되고 있었습니다. 맹물에 녹차 티백을 잠깐 넣었다 빼면 그것도 녹차 추출물이 되는 셈이죠. 따라서 "정제수 대신 xx 추출물이 많이 들어서 좋다!" 는 이유만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건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Step 6. 증상이나 고민이 심하다면 약품을 병용하자


결국 두피 증상을 제대로 '치료'하려면 약품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탈모를 치료하려면 프로페시아, 아보다트 등의 탈모 치료제를 사용해야 하며 탈모샴푸는 증상 완화를 위한 보조적인 수단일 뿐입니다. 지루성 두피염과 같은 증상 또한 치료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여기까지, 샴푸를 고를 때 유용한 정보를 제 기준에서 추려봤습니다. 여전히 "어떤 걸 써야 해?"라는 질문에 속시원히 답해드릴 수 없어서 저도 아쉽습니다. 개인마다 두피 상태가 너무 다르고, 하나하나 직접 제품을 추천드리기도 어려우니까요. 그렇지만 이 글이 샴푸를 찾는 과정의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라겠습니다. 샴푸야말로 살면서 없어서는 안 될 생필품이고, 이왕 쓰는 거 본인에게 잘 맞는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사용하시면 좋으니까요.


요약

모든 두피에 맞는 샴푸는 없다. 어떤 두피 문제라도 해결해 주는 만능 샴푸는 없으며, 내 두피 컨디션에 맞는 샴푸를 사용하는 것은 '치료'가 아닌 효과적인 '관리'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샴푸는 의약품도 아니고, 내용물의 원가가 아주 비싸지도 않다.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선택하자. 물론 비싼 샴푸가 내게 잘 맞고, 비용을 지불할 경제적 능력이 된다면 말리지 않겠다.

나에게 맞는 샴푸를 고르는 건 나의 두피 상태를 잘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두피 문제 유형별로 널리 알려진 좋은 성분들이 있으니 참고하자.

가능하다면 성분의 함량도 체크하자. 함량을 공개하지 않는 샴푸라면 전성분표 속의 순서를 통해 함량을 유추하거나 ppm 단위를 제대로 환산해보자.

'정제수 대신 xx 추출물'은 보이는 것만큼 좋은 것이 아닐 수 있다.

결국 두피 문제의 증상이 심하다면 샴푸와 더불어 의약품 혹은 의약외품과 병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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