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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샴푸 개발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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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드웍스 HEADWORKS Aug 17. 2021

탈모 특허성분의 불편한 진실

기대만큼 대단한 성분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안녕하세요. 헤드웍스 샴푸 개발자입니다. 두피케어 제품 개발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 중, 소비자의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들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탈모 특허성분'을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아래 특허성분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런 특허성분들, 샴푸를 구매할 때 제품 설명에서 많이 접해보셨을 겁니다. 저는 뭣 모르던 시절에 이런 자료들을 보면 '특허를 받았다니 되게 좋은 성분들이겠네' 막연히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두피케어 제품을 개발하며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찾아보니 제 기대만큼 대단한 성분들은 아니었는데요.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드리려 합니다.

요약

탈모 특허성분은 마케팅적으로 굉장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특허 성분의 효능 근거는 세포실험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탈모와 크게 관련없는 특허 내용을 내세운 성분도 많다.

먼저, 특허성분이란 무엇일까요?

특허란 새롭고 유용한 물건이나 그 물건의 제조방법, 물질의 새로운 결합방법 등을 발명한 자라면 누구나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화장료 조성물 특허는 특정 효능에 대한 하나 혹은 여러 성분의 조합 및 함량에 대해 법적인 보호를 받기 위해 주로 취득합니다.

마케팅적으로 매력적인 특허성분

간단히 말해, 특허성분은 제품 및 브랜드의 컨셉을 잡기에 좋습니다. '특허'라는 두 글자가 들어가는 순간 공신력이 생기는 것 같고, 유니크해 보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특허성분 두세 개 정도만 제품 상세페이지에 들어가도 성분 구성 전체가 '있어보이는' 장점이 있죠. 또, 대부분은 중저가의 성분들이라 가격적인 메리트도 있습니다.

특허성분이라 하면 어딘가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권리 취득 자체가 아주 힘들지는 않습니다. 기존에 특허로 등록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면 선행기술조사를 한 후 함량이나 용도를 한정한다거나, 이런 저런 성분을 추가한 복합 구성물로도 권리 취득 시도가 가능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많은 유명 브랜드들은 특허성분을 포함하여 제품을 개발합니다. 제조사 및 연계된 기관에서 추출물류 특허성분을 굉장히 다양히 갖고 있기도 하고요. 저도 제품 기획 과정에서 여러 번 특허성분을 제안 받았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탈모 관련 특허성분 찾으시는 거면 다 갖다드릴 수 있다면서...

온라인 쇼핑몰 G**에서 판매 인기순위 상위 15개의 제품을 찾아본 결과 약 8개의 제품에서 특허성분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자주 사용되는 성분들인 것이죠.

하지만 실상은 세포실험만 진행된 성분들이 대다수

제품 소개 페이지를 읽다 보면, 맥락상 이러한 특허성분들이 탈모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것이 브랜드가 정확히 의도한 바입니다. 과연 이러한 성분들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궁금해 조사를 해봤고, 저는 꽤 회의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성분의 효능을 주장하려면 인체적용시험데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 편입니다.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실제로 사람이 사용했을 때 효능이 발휘되는지, 부작용은 없는지가 체크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무언가가 발견되었다 해도 바로 백신으로 상용화되기 어려운 것처럼요. 그러나 탈모샴푸에 쓰이는 대부분의 특허성분들은 그 효능을 세포실험 정도로만 한정하고 있습니다.

위 이미지는 어느 특허성분의 효능 실험 방법입니다. 언뜻 보기에 대단한 시험과 결과처럼 보이지만, 이 역시 세포단의 실험입니다. 물론 세포 실험 자체가 갖는 의미도 있습니다. 결국 세포실험부터 시작해 인체적용시험 단계까지 발전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이런 자료만 보고 "이 성분이 들어간 샴푸를 쓰면 여기서 말한 효능이 나타나겠지?"라고 생각하기에는 큰 오류가 있습니다.

특허성분별 공고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서 특허 일련번호를 검색해보실 수 있습니다. 일부 특허 등록 내용에서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격하기도 하는데, 무려 조선시대와 동의보감이 언급되기도 합니다....

특허성분, 탈모와는 별 관련도 없다?!

특허는 그 특성상 효능 자체보다 성분의 조합 & 함량에 대한 내용이 많습니다. "A, B 성분이 피부에 좋다고 알려져 있으니 이들을 잘 섞어서 하나의 조성물을 만들었다"에 대한 특허를 요청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특허 세계에서는 구조적으로 효능에 대한 깊은 연구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허 제목만 관심있게 보셔도 대충 느낌이 오실겁니다. '미네랄수를 이용한 어성초추출물을 함유하는 화장품 조성물' 등등... 물론 정말 심도있는 연구 끝에 특허로 등록한 성분 및 조성물에 대한 자료도 있으니, 성급한 일반화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무엇이 중요한 것일까?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저는 인체적용시험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아직 국내에서는 두피 관련 성분의 효능 연구가 아주 활발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성분에 대한 기준 높은 시각을 가진다면, 인체적용시험을 바탕으로 한 성분 개발 및 연구를 더욱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해외 원료 중에는 인체적용시험 결과가 있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이런 성분들 또한 탈모를 '치료'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관리'의 차원에서 그래도 좀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성분이 나와 잘 맞으면 모발이 좀 덜 빠지는 효과는 기대해볼 수 있으니까요.

앞서 말씀드렸듯 특허성분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성분 조합을 찾다 보면 인체에 이로운 형태의 원료나 성분이 개발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특허성분이 너무 마케팅적으로만 활용되는 감이 있습니다. 만약 제품의 상세페이지에서 "특허성분 함유!"를 발견하더라도 잘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특허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직접 키프리스에 접속해 검색해보셔도 좋구요.

물론 탈모 고민이 심각하시다면, 계속 말씀드리는 것처럼 의약품으로 케어하셔야 합니다. 탈모샴푸는 보조적인 역할이니까요. 그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모두 현명하게 두피케어 제품을 선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