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와 존버의 기로에서 울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회사에서 겪은 자존감 도난의 대서사시를 듣고 있노라면 "당장 그만둬"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다.
여기저기 퇴사 후에 행복해졌다는 이야기가 전염병처럼 떠돌지만, 그 후의 처절한 생활고와 불안, 우울, 위태로움, 쭈굴쭈굴 등을 겪어본 이로써 회사를 그만두는 게 유행하는 에세이처럼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흔에 가까운 나이가 되어가며, 이제는 이력서 제출 가능한 나이 제한부터가 충족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도 스쳐갔다.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친구의 인생의 무게를 가늠할 수도 나눠질 수도 없기 때문에, 얕은 연민으로 어떤 선택도 종용할 수가 없었다. 인생의 굴곡과 결이 모두가 다른데, 다른 누구의 경우에 빗대서 단편적으로 판단을 내릴 자격이 내겐 없었다.
그저 줄 수 있는 건 소주 한잔뿐, 어느새 비어있는 잔을 채워주며 그래도 술은 같이 마셔줄 수 있다고 말했다.
친구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궤도의 일탈도 유지도 비슷한 크기로 힘이 든다는 걸 아니까, 그저 네가 어떤 상태에 놓이든 난 여기에 함께 있겠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현재의 궤도를 이탈해 불확실성에 뛰어들든, 현재를 유지하며 참아내든, 비슷한 크기의 처절함과 용기가 필요하니까. 어느 문장도 쉽게 꺼내지 못하고, 그저 소주 한잔을 삼키며 딴소리만 한참 내뱉었다.
언제나 말은 삶보다 쉬우니까,내 말이 친구의 상황을 너무 쉽게 정리할 것만 같아서, 꺼낼 만한 어떤 말도 고르지 못했다.
어쩌면 충고는 모를 때만 할 수 있었다.
안다면 침묵하게 되는 그런 마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