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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진 Sep 04. 2020

가을 바람이 불었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2020/09/03

오늘 살아서 좋았던 점

공기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졌다.

8월과 9월의 경계 같은 건, 그저 사람이 계산하기 좋게 정해 놓은 선인가 싶다가도

9월을 넘어서자마자 신기하게 달라지는 바람의 재질에

오래된 경계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를 온종일 흥얼거린다.  

날씨라는 게 참 대단하지, 덧없이 지나버린  9개월의 올해를 깜빡 잊고, 뭔가 해볼까? 싶은 기분이 든다.

좋아하는 가을을 다시 맞이하는 것

이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다정하고 산뜻한 바람을 맛본 것

오늘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오늘이 마지막일지 몰라 정리한 것  

냉장고 속 감자 3개, 당근 4개를 버렸다.

건강한 식재료로 끼니를 잘 챙겨야지, 다짐하며 식재료를 사고

이렇게 버릴 바엔 그냥 한 끼 시켜 먹는 게 낫지, 하며 후회하는 건

7년간의 자취에서 무수히 반복해온 일.

내가 나를 위해 따뜻한 밥을 지어 예쁜 그릇에 담아내는 삶을 동경하지만,

그것은 번번이 나의 일이 되지 못한 채 저만치 멀리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이렇게 또 지구에 죄를 짓는구나 싶어서

아예 식재료를 사지 말자 하다가도

또다시 건강한 식재료로 끼니를 잘 챙겨 먹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한 바탕 요리를 벌이는 날에는 요리하다 지쳐 막상 완성된 요리는 맛이 없고

결국 재료도 남고 요리도 남아 버리게 되는 일의 반복

오늘 감자 3개와 당근 4개를 버리며, 진짜 이러지 말자 또다시 자책한다.  

냉장고를 비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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