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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진 Sep 08. 2020

라디오에 보낸 문자가 소개되었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2020/09/07

오늘 살아서 좋았던 점

배철수의 음악 캠프를 듣다가 보낸 문자가 방송에 소개되었다. 내가 쓴 문장이 익숙한 목소리로 읽히는 일은 어쩐지 초현실적인 경험이었다.

거기에 더해 선택되었다는 기쁨

아, 내 존재를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구나, 싶은 연결된 기분에 마음이 순해진다.


조금 다른 맥락일지 모르지만, 갑자기 떠오른 기억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은 일주일에 몇 번씩 일기를 걷어 검사하고, 잘 썼다 싶은 건 반 아이들 앞에서 읽어주곤 했었다.

내심 그 '읽히는 일기'에 뽑히고 싶다는 마음이 강던 나는

선생님이 일기 뭉치를 들고 교실에 들어와서

"오늘 일기 잘 읽었는데...."로 말을 시작하실 때마다 마음이 한없이 두근두근 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난 생각했던 것 같다.

'아, 내가 쓴 문장을 누가 읽어 주는 게 너무 좋구나.' 

그런 관종의 마음으로 지금 작가가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누가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내가 쓴 글을 읽고 칭찬해주길 바라는 마음

선택해주길 바라는 마음

제법 오래 이런 마음이 공허하게 비어있었는데, 오늘 무려 배철수 님의 목소리로 나의 문자가 읽히고 나니, 어쩐지 조금 채워진 기분이 든다.

방 안에서맴도는 나 같은 건 세상이 깜빡 했나 싶기도 했었는데,  누군가  내 존재를 알아채고 오래도록 닫혀 있 문에  노크를 건 기분이 든다.

맞아요, 나 아직 여기 있어요.

오늘 살아있어서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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