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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진 Sep 08. 2020

조카들과 함께 재잘거렸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2020/09/08

오늘 살아서 좋았던 점

한참 동안 사회적 거리를 두고 지내던 조카들을 만났다.

9살, 6살이 된 첫째 조카와 둘째 조카의 손을 잡고 산책 길에  나섰다.

"검은색 보도 블록만 밟으면서 가기. 안 그러면 나머지는 다 바다라 빠져."

"오른발맞춰서 걸어보자. 오른발, 오른발."

같은 자잘한 놀이를 하면서 함께 산책하고, 재잘재잘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조카들의 최애 곡 <형님반에 간다네>를 같이 불렀다.
"내가 처음 토끼반에 들어왔을 때에는 나는 아주 어리고 모르는 것 많았네~"로 시작하는 이 곡은
토끼반을 마치고 형님반으로 올라가는 아이의 소회를 담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블록놀이 소꿉놀이 정말 재미있었지~" 하는 부분인데,
감정의 농도로 보면 거의 유치원을 40년은 다녀와 나올 수 있을 법한 깊이가 느껴지는 곡이다.

조카들은 형님 반에 간다네 외에도 많은 것들을 내게 알려준다.

아이들을 통해 처음의 감정, 처음의 설렘, 처음의 감사함 같은 것들을 배운다.

조그마한 손을 꼭 잡고 걷는 길

매일 자라는 조카들을 보며,

나도 조금은 자라야지. 괜찮은 이모가 되어야지, 싶어 진다.

오늘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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