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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진 Sep 06. 2020

샌드위치 쿠폰을 다 모았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2020/09/06

오늘 살아서 좋았던 점 

샌드위치 가게의 쿠폰을 다 모았다.

주말은 보통 집 안에 꼼짝 않고 있다가 배가 너무 고파지면 배달 음식을 시키곤 했었는데

오늘은 쿠폰을 사용하러 나서서, 잠깐의 동네 산보를 즐겼다.

일요일 오전의 조용한 동네가 사랑스러웠다.

집을 나서는 일은 태생이 게으른 나에게 늘 관문이고 난간이지만,

그 무거운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의 공기는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를 품게 한다.

언제나 가장 어려운 일은 '나서기까지'이다.  

어찌 되었든, 집을 나서지 못했던 지난날의 나를 혼내기보다는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온 오늘의 나를 대견해하기로 한다.

게다가 쿠폰 카드에 도장을 다 채우는 일에 성공해 본 기억이 별로 없는데, 오늘은 샌드위치 하나도 얻어먹게 되었으니 오늘의 성취는 이걸로 되었다.

오늘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오늘이 마지막일지 몰라 정리한 것

지갑 속에 무심결에 넣어 두었던 누군가의 명함, 도장 한 개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는 적립 쿠폰, 마일리지 카드, 영수증 같은 것들을 버렸다.

혹시 필요할지 몰라, 혹은 그저 습관처럼 지갑 안에 넣었던 것들.

정리할 마음으로 살펴보자, 언제 넣었는지도 모를 종이들이 잔뜩 나왔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마음을 쓰지 않는 새, 시나브로 스며들었던 작고 불필요한 것들.

감히 주변까지 살펴볼 욕심은 내지 않더라도

적어도 내가 나를 꼼꼼히 살피고 수시로 닦고 비워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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