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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진 Oct 09. 2020

우리의 취향이 중간을 향해 간다

2020/10/09

부모님과 동생, 넷이서 한 차에 올라탔다.

장거리 주행을 하는 내내 나훈아 노래를 틀어놓고 함께 따라 불렀다.

문득, 부모와 자식인 우리 사이가  

시나브로 취향의 접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다닐 때 한 살 차이만 나도 완전히 다른 문화권이지만

사회생활 중에 너 덧살 차이 정도는 그저 비슷한 시기를 지낸 동년배로 묶이듯이

그토록 다르다 느꼈던 부모님과 나 사이의 취향의 거리가

살다 보니 자연스레 한 세대를 같이 살아낸 인류애로 화합되는 순간을 종종 느낀다.

당연히, 우리 사이에는 정치, 젠더 감수성, 결혼관 등의 아마도 평생 합의할 수 없을만한 논점들이 무수히 존재하긴 하지만

그건 부모 아닌 누구와도 그런 거니까 잠시 논외로 두고


나이가 한 살씩 먹어 갈수록 부모님과의 관계는 조금씩 각자 선 자리를 이동하며

기존에는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위치로 서로를 데려다 놓고 있다.

효심이나 가족애라기보다는

동료애나 인류애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느껴지는 감정이랄까.

서로를 가엾게 여기며,

함께 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음이 직감처럼 다가오는 슬픔의 감정을 조금 담아서,

암묵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한 채

조용하고 담담하게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는 그런.


우리는 어쩌면 서로의 중간을 향해

꽤 다가섰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또 서로의 위치를 바꿔서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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