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진 said
나는 ‘글팔이독거젊은이’다.
모든 종류의 글을 팔아먹으며 살아간다. 대외적으로는 기자 혹은 작가라고 불리지만 두 호칭 모두 나에게 딱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은 어쩐지 들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두 군데의 잡지사와 한 군데의 출판사를 다니며 잡지를 만들었고, 내 이름을 단 세 권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경력 중 반 정도는 직장에 다녔고 반 정도는 프리랜서로 일했는데, 현재는 소속된 곳이 없으며 딱히 취업할 계획도 없다. 프리랜서로 일할 때는 논술 첨삭, 사보 취재, 기업 팜플렛 텍스트 작성, 이런저런 매체의 자유기고, 인터넷 카드 뉴스 작성 등 다양한 형태의 생계형 글쓰기를 한다. 그간 일하며 협소하게나마 쌓아 온 인맥으로 아는 기자, 아는 실장님, 아는 대표님 등을 통해 알음알음. 그리고 드문드문 의뢰가 들어오면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모두 하는 편이다.
결국, 난 이런저런 글을 쓰며 밥 벌어 먹고산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자발적인 글쓰기보다는 의뢰를 받아 쓰는 기사 글들이 많으니, 기자라고 하기에도, 작가라고 하기에도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 밥을 먹고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찰나의 행복감과 나름의 만족감을 느끼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름 said
나는 ‘회사원’이다.
IT 계열사 9년 차로 올해 과장이 됐다. 경력의 절반은 기획/마케팅, 나머지 절반은 손익과 인사 관리 업무를 했다. 대학교 때 전공은 중어〮중문학이었고, 경영학을 복수 전공해서 마케팅 직무로 입사했다. 회사 생활의 시작은 네트워크 서비스 기획 부서의 신상품 담당이었다. Product Manager가 업무 용어도 알아듣지 못하니까, 엔지니어 부서에서 혼나고, 영업 부서에서 혼나고, 눈물 참는 게 일이었다. 내 월급의 80%는 욕 먹는 값이라고 위로 받으면서 4년을 보냈다. 그러다가 부서를 옮겼다. 새로운 부서에서는 손익, 인사 관리와 기획 업무를 한다. 사회 생활에 꽃 길은 없다. 그래도 매일 울 수는 없지 않은가.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 다만 나는 중문과 학생이었을 때는 중국어를 잘 못했고, IT 회사 직원인데 IT를 잘 모른다. 항상 핵심에서 어느 정도 비껴간다는 자괴감이 있다. 나는 그렇게 직장인 사춘기를 종종 겪는 회사원이다.
** 독립출판물 <나는 네가 부럽다>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