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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진 Feb 13. 2017

너는 얼마나 버니?

희진 said

나는 돈을 잘 못 번다. 

회사에 다닐 때 월급은 백만 원 후반에서 이백만 원 초반 정도였는데, 재미있는 것은 경력이 쌓여 이직할수록 월급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종이 책을 만드는 업계의 사정이 내가 일한 이래 매년 역대 최악이라는 내부 평가 속에 ‘그래도 이백만 원 정도 받으면 꽤 괜찮은 거야’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물론 보너스도 상여금도 받아본 적이 없다. 다만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후에는 때때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원고 의뢰가 있어서 한 달 차비나, 비싼 밥을 한두 번 사먹을 정도의 개인적인 보너스를 벌기도 했다. 

프리랜서로 일할 때는 수입이 불안정해진다. 직장인처럼 한 달 단위로 소비를 계획할 수 없어진다. 나만의 주기를 찾아서 벌 때 아꼈다가, 못 벌 때 써야 한다. (하지만 쟁여둘 만큼의 돈을 버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행본을 쓰면 작가인 나에게 책 값의 10%정도가 인세로 주어진다. 통상적으로 첫 번째 발행하는 1쇄 분의 인세는 책이 팔리든 안 팔리든 원고비 명목으로 받게 된다. 요즘 출판 시장의 경기가 그리 좋지 않아 보통 1,000권에서 2,000권 사이를 인쇄하고, 2쇄부터는 인쇄 분량 전부가 판매되어야 그만큼의 인세가 지급되는데 아직까지는 2차 정산을 받아본 적은 없다. 

나이가 들수록 돈을 더 벌기 보다는 돈을 덜 쓰는 방법을 터득 중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그럭저럭 적응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름 said 

월급이 마약이다. 

아무리 힘들게 해도 회사는 돈을 준다. 지금까지 번 돈의 반을 저금했다면 수도권의 오래된 아파트 전세 정도는 얻을 수 있었을 거다. 물론 내가 그만큼 모았다는 것은 아니다. 1년에 한두 번은 해외 여행을 다녔다. 조금씩 무리해 보며 옷과 가방, 신발, 화장품을 사다 보니 백화점 VIP도 됐다. 2년 전에는 전세로 오피스텔을 얻어서 독립 했다. 혼자 사니까 숨만 쉬어도 돈이 든다. 작년에는 중고로 중소형 차를 샀다. 그리고 예쁜 가구, 최신 카메라와 노트북, 자전거도 샀다. 요즘은 매주 피부 관리, 매달 모발 관리를 받고, 일주일에 두 번은 그룹 필라테스를 한다. 그렇게 저축도, 대출도 없고, 버는 대로 쓴다. 소비도 중독인지 카드 긁을 때 가장 행복하고, 그 만족감은 점점 작아진다.



** 독립출판물 <나는 네가 부럽다>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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