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진 said
나는 친척들을 만날 때 회사원이 되고 싶다.
얼마 전 대기업 내부에 취재를 간 적이 있다. 모든 공간이 외부인을 철저히 배척하고 통제하는 보안 구조로 이루어진 엄격한 성(城)과 같은 그곳에 있으려니 나도 모르게 눈치가 보이고 위축되는 마음을 어쩔 수 없었다. 견고하고 단단한 그들만의 세계를 보며, ‘내가 그들 중 한 명이었다면 좀 더 행복했을까?’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기도 했다.
문득 친척들, 주변 사람들을 만나 딸 이야기를 할 때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딸이 요즘 하는 일에 대해 에둘러 말할 수밖에 없는 부모의 민망함을 대면할 때, 나는 좀 더 그럴듯한 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니 부모님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살자’라는 삶의 기본 기조가, 막상 부모님 앞에서 무너지는 이론일 때가 많다. 자랑이 되기엔 너무 불안한 딸인 것 같을 때 서글퍼지는 순간이 있다.
아름 said
나는 매일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
아침에 눈 뜰 때, 비가 오고 눈이 오는 날의 출퇴근길, 사무실 창 밖의 햇빛이 너무 좋을 때, 관심 없는 상사의 농에 억지로 웃으면서 대답을 찾는 순간, 잠이 안 오는 일요일 밤, 이 정도면 매 순간인가. 사실은 비 근로자를 부러워하는 거지만, 돈은 벌어야 하니까. 프리랜서면 좋겠다. 근무 시간도 자유롭고, 싫은 사람과 억지로 답답한 공간에 갇혀 있을 필요 없이, 카페 같은 곳에서도 일할 수 있고, 그런 환상이 있다. 그리고 직장인의 가장 어려운 점은 경력이 단절되면 재취업이 어렵다는 거다. 몇 주, 몇 달씩 쉬고 싶을 때, 프리랜서가 부럽다. 요즘은 정년이 없다는 점이 가장 끌린다. 물론 내 실력과 시장 상황에 따른 불안정한 수입이 걱정이긴 하지만. 늘 다른 사람 처지가 더 부럽고, 좋아 보이고는 하니까.
** 독립출판물 <나는 네가 부럽다>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