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진 said
“글이 좋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 자부심을 느낀다.
가슴이 막 간지럽고 입꼬리가 올라가는 쾌감이 있다. 내가 쓴 글을 남에게 보여 주고, 글을 읽은 사람들에게 반응을 얻는 일이 좋다. 하지만 일단 생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핑계 겸 현실 문제로 인해, 형식적인 인터뷰,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대로의 글, 어디에 내 글이라고 내보내고 싶진 않은 그저 그런 글들을 우선해서 써야 할 때가 많다. 특정 기업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사장님에게 잘 보이기 위한 아부하는 글들을 쓰다 보면 오히려 글에 대한 자신감이 자꾸 떨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역설적으로 누구에게든 들키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나의 글은 늘 밖을 향해 쓰여지고 있다.
아름 said
일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것은 없다.
있다면 조직에 대한 소속감 정도.
매일 아침 갈 곳이 있다는 안도감,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소개할 명함이 있다는 것. 내가 회사 생활에서 가장 기분 좋을 때는 커피 마시러 갈 때와 점심 먹으러 갈 때이다. 언젠가는 정장을 교복같이 갖춰 입고, 멍하니 신호를 기다리는 한 무리 속에서 숨이 턱 막히기도 했다. 그런데 해외 여행을 갔다가 사원증을 목에 매고, 비즈니스 캐주얼을 갖춰 입은 사람들을 보면서 괜히 부럽고, 한국에 돌아갈 곳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집단에 속해 있다는 것은 위안이 된다. 혼자가 아니니까. 그리고 오로지 돈과 승진만이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다. 물론 업무를 만족스럽게 완료했을 때나 동료를 도와줬을 때 어느 정도의 성취감은 있다. 그렇지만 생명을 구한다든지, 법의 정의를 구현한다든지, 타인을 위해 봉사 한다든지 하는 식의 소명의식은 없다. 또 사무직 일이라는 게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고, 거대한 조직의 부품으로서 할당된 단위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기는 어려운 구조다.
** 독립출판물 <나는 네가 부럽다>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