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진 said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을 때
결혼을 하고 싶다.
다른 이를 부양하는 자비로움까진 없더라도 적어도 스스로를 책임지고 싶다. 현재로써는 일단 경제적인 관점에서 혼자 살기도 팍팍한 처지이지만, 일의 방식에서 비교적 결혼이나 출산 후에도 자택 근무가 가능한 업무라는 것이 나름의 이점이 될 듯 싶다.
어머니는 나의 직업이 불안정하니 공무원 남편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둘 중 하나는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논리이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씀을 하실 때마다 왜 남의 집 귀한 아들을 고생시킬 생각하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하곤 하는데, 정말 그렇지 않을까? 사실 애인도 없는 판에, 남편 직업까지는 생각해 본적도 없고.
결혼은 득과 실의 관점으로 생각하는 것이 좀 불손할 수도 있지만, 한 여성으로서는 그다지 이득이 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다만 작가로서의 인생으로서는 반드시 깊이를 더해주는 경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든다.
아름 said
슬프게도 결혼은 아직 여자의 경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결혼보다는 육아 때문이다. 보통 제1 양육자는 엄마라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는 육아휴직 1년이 보장되고, 이제 2년으로 늘어났다. 이 정도 분위기인 회사도 손에 꼽는다는 걸 알지만, 우리 부서에서도 아이를 낳고 계속 회사에 다니는 여자는 내 동기들이 처음이다. 그나마도 친정엄마의 전적인 희생 덕이다. 동기들은 돈도 필요하지만, 육아보다는 회사생활이 편하다고 말한다. 회사가 육아의 도피처가 될 정도라면, 이 지겨운 회사 생활에 어떤 동기부여는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8년 넘게 쉼 없이 일해 온 나로서는 육아휴직이 부럽기만 하다. 다들 고충을 토로하고, 나는 나이 탓에 체력적으로 더 힘들겠지만. 쉬면서 다른 직업을 준비할 수도 있고, 계속 회사에 열심히 다니겠다고 마음을 굳힐 수도 있고, 백수가 천직이라며 쉴 수도 있고, 선택의 순간이 될 것 같다. 어쨌거나 주워들은 풍문으로는
결혼과 육아는 개인차가 상당한 미지의 영역이다.
** 독립출판물 <나는 네가 부럽다>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