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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진 Feb 25. 2017

일하지 않는 날의 너는?


희진 said


얼마 전 한 클라이언트가 말했다.

“프리랜서이시니까 주말에도 작업 가능하시죠?”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는 ‘프리랜서’라는 단어 중 ‘프리’에 방점을 찍는다. 언제든 한가하고 자유로울 것이라는 전제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말에 일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밤늦게 연락하는 것도 그다지 미안해하지 않는다. 프리랜서는 프리하겠지…라고 전제하니까.

그래서 프리랜서는 생각보다 쉴 틈이 별로 없다. 약속된 월급이 없으니 불안한 마음에 들어오는 일을 마다하지 못해 일정이 팍팍할 때가 많다. 그리고 그 일들은 대개 밤늦게도, 주말에도 일할 거라는 계산 하에 짧은 마감기한으로 주어지기에 퇴근 시간도 종료 시간도 없이 종일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쉴 때와 일할 때의 경계가 흐려지며 모든 게 뒤섞여 버린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나의 서툰 방식 탓일 수도 있지만, 프리랜서 일의 특징이라면 일과 휴식의 경계가 무너진다는 점이다. 계속 일하는 기분이기도, 계속 쉬는 기분이기도 한 것이다.



아름 said


내 취미는 기록이다. 

나는 사진 찍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싸이월드를 한참 열심히 할 때는 여유가 있을 때마다 사진을 정리해서 올렸다. 요즘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기록을 남기지만, 페북은 과거 기록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록이 축적되는 느낌이 아니라 휘발성인 것 같고, 인스타는 메시지를 담기에는 좀 단편적이고, 너무 오픈된 공간의 느낌이어서 몇 년 전부터 블로그도 시작했다. 근데 블로그는 포스팅 하나에도 시간을 엄청 잡아먹는다. 숙제처럼 느껴져서 자주는 안 하고, 틈나는 대로 해야지 마음을 먹고 있다. SNS 외에도 다이어리는 스무 살 때부터 꾸준히 쓰고 있다. 장문의 일기는 많지 않지만 일정관리와 그 날 먹은 것들, 간단한 감상 정도는 매일 적는다. 이렇게 기록에 집착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일단은 자기애에서 시작하고, 기억은 자꾸 사라지기 때문에 사진이든 글귀든 생각나게 해 줄 매개체가 필요해서 인 것 같다. 읽는 것과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요즘은 둘 다 좀 내려놓고, 쉴 때는 머리를 비운다. 수다로 마음 속 얘기를 쏟아내거나 미드나 영화를 보면서 가공의 이야기로 머릿속을 채운다. 내 삶을 밀어내면 마음이 좀 편해진다.




** 독립출판물 <나는 네가 부럽다>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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