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희진 Feb 25. 2017

너는 행복하니?

희진 said


행복이란 것을 늘 ‘지금이 아닌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행복하다’를 체감해 본 적 없이, ‘행복하고 싶다’만을 꿈꿨다.

행복이란 것을 ‘언젠가 다다를 영역’, ‘어렵게 구해야 하는 숙제’라고만 여기다 보니, 언제나 지금, 이순간은 행복하지 않았다. 무엇이 되어야만, 무언가를 얻어야만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늙은 가수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물었다. “어떻게 해야 행복해 질 수 있죠?”

그는 답했다. “왜 행복을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행복은 그냥 지금 있는 건데…”

아주 당연하다는 듯, 별 게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행복론을 들은 이후 나는 조금 달라졌다.

나는 종교를 믿지도 않고, 힘이 빠지는 무작정의 긍정을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지금을 믿기로 했다.  지금을 감사까진 못하더라도, 그저 지금의 나를 행복하다고 정의하기로 했다.   

‘나는 본래 어떤 인간인데  피치 못하게 지금은 그렇지 못해, 하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거야.’

그 막무가내 이상론에서, 습관처럼 핑계 삼던 가능성의 달콤함에서, 그런 ‘이상적인 나’와 조금씩 멀어지는 나에 대한 죄책감에서 조금 자유로워 져서 ‘나는 이런 인간이다’ 라는 평범한 이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일 때,  나는 조금 더 행복해졌다.  

나는 여전히 꿈꾸는 소설가가 되지 못한, 이도 저도 아닌 그야말로 뭣도 아닌 홍제동에 사는 서른 세 살 여 자이다. 그렇다고 딱히 우울하거나 나쁘진 않다. 그저 지금은 그런 상태일 뿐이다.

이것은 인정이거나, 포기이거나, 낙관이거나, 평정심이거나, 혹은 행복이거나…

설사 아무 것도 아니어도 좋은
그냥 ‘나’이다.



아름 said


처음 독립하고, 내 공간이 생겼을 때 너무 행복했다. 대학교 때 고시원에도 살아보고, 장거리 출퇴근도 해보고, 집에 대한 집착이 좀 있는데, 좋은 오피스텔을 내 힘으로 구하고 꽤나 뿌듯했었다. 요즘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감정은 거의 소비에서 비롯된다. 좋은 물건과 여행, 맛있는 음식들. 그래서 돈이 없어질 까봐 불안하다.

돈이 부족하면 행복해 지기 어려운 조건에 놓이는 건 맞다. 그래도 어느 정도 경제수준이 충족되면 그 이상의 행복에는 관여하지 못한다. 최근 여행은 10년 전보다 좋은 호텔, 더 비싼 식당으로 가지만 내가 호기심과 만족감을 느낀 정도는 10년 전이 더 크다. 새로운 걸 경험하는 짜릿함도 있겠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얻어낸 성취감도 큰 것 같다. 전에는 내가 가진 100을 다 털어서 힘들게 원하는 것을 얻었다면 이제는 1000 중에 50을 써서 원하는 것을 가지기 때문에 만족감이 다르다. 요즘의 생각들은 기승전’돈’.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경제적인 부담을 털어내고 인생을 오로지 즐기냐는 거다. 물론 절대적으로 돈이 많아지면 안심할 수 있겠지만 세상사 새옹지마,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인데, 결국 돈에서 초월해야 안정감과 행복을 얻을 수 있겠지. 내 손으로 번 만큼만 누린다면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최근에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심심하다. 나도 안다. 이게 얼마나 최상의 상태인지. 그렇지만 나는 ’10년부터 6년 째 갑상선 항진증이다. ’09년에는 신우신염에 걸렸고, ’15년에는 대상포진에 걸렸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데,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말도 스트레스다. 체념과 자책에 익숙해져서 이제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지루하다. 그래서 또 내가 얼마나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인지, 늘상 배부른 소리만 해대는지에 대해서 생각한다. 아무튼 이제 자기 검열 좀 그만하고, 미리 걱정부터 하지 않고, 막 대충 살고 싶다. 책임감에서 약간 비껴서서 내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야지.



** 독립출판물 <나는 네가 부럽다> 중 발췌



작가의 이전글 일하지 않는 날의 너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