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념의 와식 생활자이다
그러니까 나는 집념의 와식 생활자이다.
이웃에게 폐가 되지 않은 선에서라면, 밤낮으로 꾸준히 누워 있다. 서른여섯의 나를 키운 팔 할은 누운 채 즐겨온 잉여로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나에게 겨울은 특히 눕기 좋은 계절이다. 전기장판과 하얀 이불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장판 온도에 몸을 의탁하고 이불속에 콕 박힌 채 바지 속에 양손을 욱여넣어 몸을 쭉 늘리면, 깊은 안도의 표시인 ‘으~’가 절로 새어 나온다. 완전한 이불 동체, 나의 우주는 딱 전기장판만 한 사이즈가 된다.
행복에 온도가 있다면, 아마 전기장판 3단쯤일 것 같다. 마음을 풀어 주는 적정 온도에 이불은 늪이 되어 나를 잡아당긴다. 그 따스한 호의에 예민했던 마음도 슬며시 누그러진다.
‘따뜻하다는 건 참 좋은 거구나.’
겨울이기에 따스함을 깨닫는다. 종종걸음으로 집안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푸근한 공기,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뜨끈한 붕어빵, 은근슬쩍 잡아 준 빨개진 손, 예쁜 머그잔에 담아 준 핫초코, 마음을 노곤하게 녹아내리는 겨울만의 따뜻함이 있다. 여름에만 눈치채는 시원함이 있듯, 존재의 증명은 언제나 상대적이다. 흔하고 충분할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 결핍은 소중함을 알게 한다.
그러니, 우리 모두 렛츠 온 더 장판!
부디 당신의 방에도 와식 생활자의 심심한 행복이 깃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