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하려면,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현자(賢者) 같은 말만 하는 상대와 대화를 나누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곤욕스럽다.
"왜 그렇게 나쁘게 생각해?"
"마음 편히 먹어."
"그래도 힘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쌀로 밥 짓는 당연한 정답만을 쏟아내며 인자한 미소를 지을 때,
어렵게 뱉은 모든 고민은 '쓸데없는 소리'가 되어 버린다.
분명 내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었는데, 이상하게 모든 말이 튕겨져 나온 기분.
긍정의 힘으로 켜켜이 세워진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다.
나는 큰 그림을 보는 관대한 존재인데, 너는 그토록 사소한 일에 바둥대는 나부랭이로구나 하는 듯한 태도.
스스로의 옹졸함만 확인받고 돌아서는 길에
분명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답을 들었는데,
모든 것을 평가만 받은 듯한 찝찝함은 왜일까.
우울한 날의 내게 필요했던 건, 평온하게 교훈을 전파해 줄 조언자가 아니라
내 편에서 치졸하고 유치하게 같이 분노하고 뒷담화를 해 줄 동지였다.
방법을 묻는 게 아니었다.
그저 함께 해줬으면 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