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 프로젝트_3. 수치심 by희진

by 김희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라고 어느 시인은 말했지만

만약 그렇게 빠르고 현명한 사람이었더라면, 그게 과연 나일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밤.

대학 시절, 나의 동아리는 선후배 사이의 위계질서를 엄청나게 중요시하는 곳이었다. 소위 군대식 문화, 선배가 후배에게 기합을 주고 후배는 선배의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해야 했던 곳.

세상과 다소 동떨어진 우리만의 논리가 가득했던 그 작은 사회 속에서, 이상하고 억울한 일 투성이지만 선배만큼은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을 뿐 선배가 만들어 둔 판을 바꿔야지, 생각하진 못했다. 나의 사고는 거기까지였다.

선배에게 당했던 만큼 후배에게 심하게 하진 않았어,라고 자위하기도 했지만 과연 그랬을까? 나라고 달랐을까?

어딘가 이상하고 심하다 여겼지만 별다른 의문 없이 답습했던 나쁜 문화들, 잘못된 건지도 모르고 했던 일들, 잘못된 것을 알면서 했던 일들, 이제 와서 생각하면 견딜 수 없게 부끄러운 일, 어쩌면 지금까지 깨닫지도 못했을 나의 과오들.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더 많은 것들을 부끄러워할 수 있었을까?

이제와 가장 부끄러운 일은 그게 부끄러운 건지도 모르고 저지른 셀 수 없이 많은 잘못들이다.

'이제부터라도'라는 말을 할 수밖에.

악은 평범하니까, 정신 차리고 마음을 지키지 않으면 쉽게 깃들어버리까, 내 안에 악이 평범해지지 않도록 마음 둘 곳을 단단히 단속해본다.

부끄러운 줄도 몰랐던 일들이 부끄러운 줄 알게 되었다면, 그나마 작은 진보라고 할 수 있을까?

모두에게 미안합니다.

과거의 나에게서 현재의 나에게, 그나마 할 수 있는 다짐은 평균을 높이겠다는 이야기뿐.

계속해서 삶은 좋은 선택과 나쁜 선택을 반복하겠지만, 그렇게 흔들리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선택의 평균을 높여가겠다고.

내 안의 악함이 평범하게 존재하지 않도록, 마음을 놓지 않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