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 프로젝트_4. 초저녁 by희진

by 김희진

오후 6시는 시작까? 끝까? 네가 공적인 업무를 마무리하고, 사적인 놀이를 시작하는 시간.

그런 너에게 나는 6시 이전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6시 이후에 생각나는 사람일까?

마감이 잦은 직업을 가진 후로 아니 솔직히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해가 떴을 때는 아직이라고 얼버무리며 게으름을 피우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해.

어쩌면 나에게 초저녁은 사적인 게으름을 떨쳐야 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이야.

너와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는 생체 리듬. 그러니 네 생각대로 내 생각을 해서 해가 저물었다고 배려하지 말고 연락해줘.

우리의 시차가 맞물리는 시간, 네가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가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에 우리의 하루에는 아직 무한한 가능성이 있으니까.

나는 이제 겨우 오늘을 시작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