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여차 저차 하다가, 테이블 유리를 깨 먹었다. 표현에 인색한 성향 탓도 있지만 다른 무엇보다 혼자 사는 내 공간에서 나 혼자 저지른 일이기에 유난스러운 리액션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쩍!
유리 한쪽이 조각나 버렸고, 아무 말 없이 위에 테이프를 붙이며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이미 깨져버린 유리를 원래처럼 되돌리는 방법 따위는 없을 것을 알면서도, 깨진 유리 붙이는 법을 검색해 보았는데 무슨 특수 접착제 같은 게 있는 듯도 보였지만, 동네 문방구에서 구할 수는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꽤 사이즈가 있는 테이블 유리를 다시 맞추기에는 나의 주머니 사정이 빤했다.
어쩔 수 없다고 마음을 접었지만, 집안을 돌아다닐 때마다 그 유리가 자꾸 눈에 걸렸다. 생각해보니 요 근래 저지른 일 중 가장 파괴적인 일이었다.
깨진 유리 위에 놓여있는 파 화분에 이번 주 물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 갑자기 떠올라, "미안해"라고 말하며 먹던 물을 나눠 주었다. 나에게도 물을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안부를 묻고, 유리든 사람이든 본래 깨지기 쉬우니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해주고, 습관이 된 집 안에서 요령 좋게 나를 꺼내 줄 사람.
유리가 깨졌고, 그게 나 같았고, 별일 아니었지만, 그조차 별일이 아닐 만큼 멍하고 무뎌졌다.
최근에 저지른 비행이 겨우 유리를 깬 정도인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