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남은 저장 공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뜬 탓에, 그간 무턱대고 찍어만 두었던 사진들을 살펴본다. 순간의 흔적들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언제 저장해 두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나의 모습과, 이제는 만나지 않게 된 이들의 얼굴과, 어떤 이유로 찍었는지 불명확한 이런저런 장면들이 쏟아진다.
함께 놀이 공원의 화려한 불빛 아래를 거닐던 어느 크리스마스와, 지금과는 너무 다른 표정을 짓고 선 오래 전 우리와, 도쿄는 처음이라 말하며 즐거워하던 반짝이던 밤.
다 예뻤더라.
언제나 스스로가 예쁘지 않아 괴로웠는데, 나는 스스로 미워했던 나보다 예뻤더라.
아마 지나간 것들은 뽀얀 필터를 씌워 거르고 걸러진 탓이겠지. 아름다운 것들만 살아남았으니까.
과거에 관대하고 그것을 쫒기 시작하면 진짜 꼰대가 되는 거라는데, 자꾸 예전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네.
그렇게 꼰대가 돼가는 걸까?
드라마며 영화도 자꾸 보던 것들을 보고 또 보게 되는데, 요즘은 <안녕. 프란체스카>를 다시 보며 문득 검색해보니 무려 2005년에 했던 드라마더라. 지금은 나이 들어버린 혹은 사라져 버린 이들의 그 시절을 보는 일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외로움이 있어. 끝을 아는 스토리를 되새기는 순간은 익숙하면서도 서글프지. 그 드라마와 영화를 보던 나의 예전에 대한 기억이 뒤섞이니까 특히 신해철 님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한없이 쓸쓸해지고 말았네.
지난 작품들 속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가는 것을 느끼며 가끔 보기를 포기할 때도 있다. 최진실, 이은주, 김주혁, 브리트니 머피, 히스 레저, 로빈 윌리엄스...
남기고 간 모습을 마주할 용기가 아직은 부족한 순간들.
그러니까 너만큼은 아름다운 과거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긋지긋하게 서로의 옆을 지키며 계속 볼 수 있는 지금으로 남아줘. 추억이 되지 말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