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 프로젝트_10. 출근길 by희진

by 김희진

오랜만에 출근길 지하철에 올랐다.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 가장 좋았던 점이 사람이 몰리는 시간이나 장소를 최대한 피해볼 수 있다는 점인데, 팍팍한 지하철 안에 들어서니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 출퇴근길마다 목구멍까지 씨발이 가득 차올라 찰랑거렸던 추억 아닌 추억이 떠오른다.

서른 살에 독립을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출퇴근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편도 한 시간 반 정도의 만원 버스와 지하철에 오를 때마다 내 인생이 여기서 끝나버릴 것만 위기의식이 느껴지고, 소진되기만 하고 채워지지 않는 몸과 마음 상태가 되어버렸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것이 대학을 마치고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던 시절에는 아침 일찍 갈 곳이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웠었다. 그 시절에는 부모님과의 대면을 최대한 피하고팠던 마음에 일정이 있는 척 집을 나서 아침 일찍 나와 광화문 카페에 앉아 있곤 했는데, 횡단보도를 건너는 직장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만 목적없이 부유하는 외딴섬같이 느껴져 한없이 초라하고 슬퍼졌었다.

그런데 막상 직장에 다니게 되니 출퇴근 시간이 그렇게 괴로웠었다. 유독 부정적인 성향 탓인진 몰라도, 언제나 내가 가장 가엾고 안쓰러웠다.

출근을 할 때는 그래도 정해진 시간에 맞춰 사무실에 도착해야 하니 번뇌에 빠질 겨를도 없이 직진이었는데, 퇴근길에는 사람을 피하고 피하는 최대한의 방법을 강구하다 보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제법 늦어진 적이 많았다.

집에 돌아가는 유일한 버스에 사람이 꽉 차 있는 것을 볼 때 그저 멍하니 서서 몇 대고 그냥 보내 버렸다. 빈 캔을 잔뜩 모아 네모나게 눌러 놓은 것처럼 사람들이 버스 모양대로 짓이겨져 있는 그 버스를 탈 자신이 도저히 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류장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 버스에 오르고 있었다. 버스에는 아주 작은 틈도 남지 않아 보였었는데, 신기하게도 새로운 사람들은 끊임없이 다시 차올랐다.

그들은 분명 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결국 어떻게든 승을 할 작정으로 중간 지점까지만 가는 다른 버스를 타버리는 나를 보면서, 이런 내가 싫다고 느낀 적도 많다.

나에게는 어떻게든 만원 버스를 탈 악착같은 생명력이 없는 것일까 해서.

언제나 만원 버스를 올라타 보려고도 하지 않고 포기하는 나의 방식이 어쩐지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오랜만에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 몰라 사람들을 마주하니 그들은 여전히 부지런히 살아가는데 나는 그렇지 못한 걸까 싶은 기분이 잠시 든다. 사람들 속에 더 끼어들어 아등바등하는 게 맞는 것일까. 그 속에서 더 투쟁하며 내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아무래도 다시 그럴 순 없을 것 같아.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나는 그냥 돌아가더라도 붐비지 않는 길을 택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

물론 방에서 거실로 출근하는 삶이 되었다고 해서 살아가는 게 조금이라도 쉽거나 만만해진 적은 없지만, 그게 그냥 비교적 나랑 맞는 방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