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 프로젝트_13. 분홍 by희진

by 김희진

친구는 새로 태어난 조카에게 분홍색 옷은 사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여자는 분홍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란다.

'오히려 분홍을 좋아할 기회를 뺏기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지만, 굳이 말로 꺼내진 않았다.

가끔 분홍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짐작을 해본다. 분홍은 그냥 분홍일 뿐인데, 분홍이라 유치하다든지, 분홍이라 차별적이라든지, 분홍이라 가볍다든지 뭐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그러고 보니 그런 건 누가 다 덮어 씌운 것들 이려나.

힐링 안 되는 초록과 열정 없는 빨강, 밝은 검정은 없으려나.

언제나 존재가 좋고 나쁜 적은 거의 없다.

그것이 불리는 이름이, 부르는 사람이, 불리는 이유가, 부르는 시기가 좋거나 나빴을 뿐.

존재는 대부분 그저 있을 뿐이었어.

분홍이 그러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