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의 역할과 자질
상담자는 말을 잘하는 사람? 듣기를 잘하는 사람?
SNS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포스팅이 올라왔다.
1년간의 수련 그리고 3달 정도의 공부 기간으로 합격해 임상심리사가 되었습니다. 말을 잘하고 심리와 스피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임상심리사 공부를 했습니다.
댓글에 단순히 합격 축하인사만 하려다 '말을 잘하고 심리와 스피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임상심리사 공부를 했다.'는 말이 마음에 걸려 사족을 달아버렸다.
합격을 축하합니다. 그런데 좋은 상담자(counselor)는 말을 잘하기보다 듣는 걸 잘하는 사람입니다. 말을 해서 내담자(client)에게 깨달음을 주기보다는 내담자가 말을 하게 하고 상담자는 듣는 과정에서 공감하고 적절한 질문을 하는 등으로 내담자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게 좋습니다. 나는 정신과 전문의도 임상심리사도 아니지만 의대생 때 지망했던 정신과를 산부인과 전문의이신 아버지의 반대로 못 하고 아버지의 권유대로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된 이후에도 정신과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정신치료학회장이셨던 고 이동식 선배님을 찾아가 정신분석을 받았고 지금까지 공부를 해오고 있습니다. 말이란 건 그 말로써 단 칼에 치료할 수도 있지만 의도치 않게 듣는 사람의 가슴을 후벼 파는 칼이 되기도 합니다. 칼을 잘못 쓰면 칼 쥔 사람이 다치기도 합니다. 처음엔 그냥 합격 축하인사만 하려다 '말을 잘하고 심리와 스피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임상심리사 공부를 했다.'는 글을 보고 예전의 내가 생각나 글을 남깁니다. 정신과 의사도 그렇고 임상심리사도 그렇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공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환자나 내담자를 보다 보면 자신의 문제를 상대에게서 볼 때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잘 알다시피 투사(projection)라고 하지요. 극장에서 작은 필름을 screen에 투사(projection)하면 크게 보입니다. 자신의 결점을 남에게서 보면 크게 보입니다. 이 글을 가르치려고 한다는 의도로 받아들여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내 의도를 알아서 그렇지 않을 거라 여겨서 글 남깁니다. 내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임상심리사가 되길 바랍니다.
그 말이 내 마음에 걸렸던 건 그게 바로 내 문제이고 댓글에 한 말도 투사(projection)가 그 기전(mechanism) 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