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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형균 Apr 12. 2023

위기는 기회

전화위복의 지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남에 의해 예기치 못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화(火)를 내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하는 건 불에 기름을 붓는 어리석은 행위다. 화(火)가 날 때 불은 물로 꺼야 한다. 침묵(沈默)은 수(水)의 성질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눈을 감고 천천히 깊이 심호흡을 한다. 물을 마시거나 바라보는 것도 좋다. 일단 불을 끄고 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 속이 타들어간다. 내 속이 타는 게 가장 큰 피해이고 부처가 말한 두 번째 화살을 맞는 것이다. 첫 번째 화살은 남이 쏜 거지만, 두 번째 화살은 내가 나 자신에게 쏘는 것이다. 진화(鎭火) 후에는 그 일의 잘못을 따지기 보다 (물론 그것도 필요는 하다) 앞으로 그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일찍 알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외물(外物) 보다 내 의 풀밭에 불이 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내 의 풀들이 건조하지 않고 촉촉이 젖어있으면 된다. 물을 자주 충분히 마시고 묵언수행(默言修行)을 하고 잠을 제 때 충분히 잘 자고 피곤할 땐 쉬어주고 명상(瞑想, 冥想; meditation)을 하면 물기운이 올라와 머리를 적신다. 걷고 하체운동을 하면 머리에 있던 불기운이 아래로 내려간다. PC 모니터, 스마트폰, TV 등 불기운이 있는 것 대신 책이나 신문, 프린트한 종이를 보는 게 낫다. 불기운이 머리에 많으면 눈을 감고 복식호흡을 하는 등 명상을 하면서 머리의 생각들을 비우면 된다. 전자제품이 작동이 잘 안 될 때는 전원스위치를 껐다가 얼마 후에 다시 켜면 작동이 잘 될 때가 많다. 내 머리의 PC도 잠시 껐다가 열을 식힌 후 다시 켜야겠다.


원치 않는 불행한 일(대개는 지나고 나면 사소한 것들이다) 이 일어난 건, 향후 그보다 더 큰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내게 그런 위험성을 알려주고 미리 대처하라는 신(神)의 배려이다. 또한 그 시점에서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현명(賢明)하게 대처하면 좋은 평점을 받고 그에 걸맞은 임무를 부여받는다. 만약 그 시험(試験)에 패스하지 못하면 재시(再試)를 치러야 한다. 될 때까지. 시험에 패스하지 못해도 기회는 계속 온다. 문제는 그걸 기회(機會)라고 보지 못하고 재수(財數) 없는 불운(不運)의 연속일 뿐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위기는 한자로 危機이다. 기회(機會)의 기와 한자가 같다. 어찌 보면 기회(機會)는 위기(危機)를 만나는(會) 순간이라 볼 수도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위기를 기회로 볼 수 있는 혜안(慧眼)이 필요하다. 혜안은 '지식'이 아니라 '사랑'으로 가득 찬 눈이다. 사랑은 대상을 이해해서 속속들이 알게 해 준다. 그래서 혜안은 통찰력(洞察力)이 있다. 통찰은 사물을 꿰뚫어 보는 것이고 영어로는 insight이다. 사물의 안을 보는 것이다. 겉모습에 가려 보이지 않는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본질(本質)을 가리고 있는 껍데기 안의 이면(裏面)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신은 인간에게 선물을 줄 때 시련이라는 포장지에 싸서 준다. 선물이 클수록 더 큰 포장지에 싸여있다."는 말이 있다. 포장지만 보고 마음에 안 든다고 선물을 뜯어보지도 않고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그런 일은 과거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많이 일어났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그런 일이 없으면 된다. 지금 이만큼이라도 알게 된 건 다행(多幸)한 일이다. 중요한 건 내가 계속 성장(成長)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P.S. 겉모습이 아닌 마음을 보려면 육안(肉眼)이 아닌 심안(心眼)으로 봐야 한다. 남의 마음을 알려면 내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차원은 영안(靈眼)으로 보는 것이다. 신(神)의 뜻을 알려면 이것이 필요하다.

안을 들여다보는 습관과 훈련이 안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내 안을 들여다보는 습관과 훈련이 남의 속, 나아가 신(神)의 속뜻까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하고 나에게서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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