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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형균 Apr 14. 2023

부자가 되는 길

정리정돈

1주일이 넘게 집안정리를 하고 있다. 이사 온 지는 꽤 되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정리정돈을 미루고 있었다. 가사도우미가 갑자기 그만두고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이사 후 정리정돈을 도와둘 가사도우미가 있을 때는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그만두고 나 혼자 집안일을 하면서 정리정돈의 필요성을 느끼고 힘들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내 방 정리를 하다가 당장 불필요한 책들이 많아 서가로 옮기기 위해 책을 정리하다가 '부자의 철학(원제: How to manifest Money Effortlessly)'이란 책을 보았다. "부자 될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어지간히 부자가 되고 싶긴 했다보다. 이런 책들을 계속 사모으는 걸 보면."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면서 이 책도 비어있는 건물의 책꽂이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책을 펼쳐든 순간 신기하게도 '정리정돈하기'란 챕터의 한 페이지가 펼쳐졌다. 거기엔 이런 말이 적혀있다.
 "자기 주변을 깨끗하게 정돈함으로써 스스로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자기 존중과 자기애(自己愛)를 나타내는 아주 중요한 징표이다. 위에서 열거한 정리정돈을 해야 하는 이유들처럼 깔끔하게 정리하면 오직 긍정적인 진동만을 자아내어 소망의 실현을 촉진시킨다.
  결론적으로 어수선한 곳은 자기 인생의 앞길을 방해하는 반면에 단정하게 정리된 곳은 자신의 소망을 실현하는 긍정적인 장소가 되는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정리정돈을 해야 하는 이유'를 보기 위해 앞장을 펼쳐보았다.
  "자기 집안에 유용한 물건들로만 질서 정연하고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는지 점검해보아야 한다. 자신의 생활 주변에 쓸모없는 물건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으면 부자로 가는 길을 방해할 수도 있다. 정리 정돈하기는 더 많은 부를 끌어들이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
  정리정돈은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계속해야 하는 일이다.
  정리정돈과 청결은 자기 주변 환경의 에너지를 활발하게 하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다. 그럼으로써 주변을 정리할 때마다 부정적인 에너지를 없애게 되고 그 결과로 자신의 소망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된다.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면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돈의 액수가 예상외로 불어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쓸모없어졌거나 애착이 없는 물건들을 너저분하게 어질러놓거나 보관하는 것은 분명히 집착이 강하다는 뜻으로 그러한 집착은 빈곤의 정신과 결부되어 있다. 집착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로막음으로써 소망의 실현을 방해한다.
  주변을 말끔하게 정리할 때마다 그곳은 진공상태로 변하게 되어 당신의 인생에 새로운 것들을 끌어당기게 된다. 주변을 말끔하게 정리하면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새롭고 좋은 것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
  규칙적으로 정리정돈을 함으로써 자기 주변에서 정말로 가치 있는 것들을 찾아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꾸 미루는 습성으로 인해 정리정돈을 하지 못한다. 정리정돈이 짜증 나고 힘들고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등의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미룰지도 모른다. 또한 뭔가 삶에 변화를 주는 것을 두려워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현상유지에 너무 집착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서 정리정돈하는 것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또한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도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리정돈하는 것에 무관심할 수도 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정리정돈하는 것 자체를 부정할 수도 있는데, 자신의 주변이 지금 상태로도 좋아 보여서 말끔하게 정리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 것이다. 만약에 정리정돈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아라. 가까운 사람들이 유익한 조언을 해 줄 것이다."

내겐 너무나도 인상적인 문장들이다. 그리고 공감한다. 실제로도 그동안 미뤄두었던 정리정돈을 시작하고 새로운 신호들이 나타났다. 재운(財運)이 상승하는 것들이다. 이틀 전 내 방 정리를 하고부터 가사도우미 오겠다는 전화가 온다. 광고를 낸 건 일주일도 전인데 내 방 정리를 본격적으로 하고부터 연락이 온다. 내 주변의 쓸모없는 것들을 정리하니 내 앞길을 막고 있던 걸림돌이 사라지고, 비우고 진공상태가 되니 필요한 새로운 것들을 끌어당기게 된다. 정리정돈을 끝내고 나면 또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기대된다. 정리정돈 하는데 도움이 되라고 가사도우미도 오려고 하나 보다. 나 스스로 정리정돈을 시작하지 않고 해 줄 사람을 기다리기만 할 때는 제대로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문제는 정리정돈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가사도우미가 없더라도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습관이 중요하다. 어지르지 않는 습관. 쓴 물건은 아무 데나 두는 게 아니라 바로 제 자리에 두면 나중에 따로 정리할 필요가 없다. 바쁘다는 핑계로 지키지 않는 게 아니라 자동적으로 지키는 습관이 필요하다. 내가 살림을 해보고나서부터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바쁘면 못 지키기 일쑤이다.

거실을 정리하다가 아버지께서 쓰시는 안방으로 들어갔을 때 깔끔하게 정리정돈된 걸 볼 수 있었다. 가사도우미가 현재 없는 건 같은데 내 방은 그렇지 못한데도 아버지 방은 깔끔했다. 그게 아버지와 나의 차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부(富)의 이유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자기 관리가 철저하신 분이다. 취침기상 시간, 시간약속, 식사시간도 규칙적이다. 물건을 쓰시고 나면 반드시 제자리에 두신다. 욕실도 쓰시고 나면 가사도우미가 있어도 어느 정도는 스스로 바로 정리하신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 같이 살면서 배울 점이 많다. 굳이 책을 보지 않아도 참된 스승이 바로 옆에 계신데 보고 배울 생각은 않고 돈 들여 책만 사놓고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도 만날 때가 돼서 만난다.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고 한다. '부자의 철학'이란 책 아래에 찍힌 구입일자 도장을 보니 2015.04.15.이다. 교보문고에서 구입했다. 지금으로부터 딱 8년 전이다. 이 때는 오래 일하던 가사도우미가 알아서 정리정돈을 잘해주던 때라 그때 이 책에서 같은 문장을 읽었어도 그다지 감흥이 없었을 것이다. 책도 사람이 쓰는 것이고 책을 읽는 건 그 책을 지은 사람을 간접적으로 만나는 것이다. 모든 건 적기(適期)가 있다. 알맞은 시기에 내게 필요한 것이 오게 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돈이든 일이든. 그중에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람은 그때 내가 만나는 나 자신이다.


P.S. 이 책은 그동안 오래 내 방 책꽂이에 있었지만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정리정돈을 하면서 책을 버리려 할 때 비로소 만나게 되었다. 어쩌면 사람이나 일도 그럴지 모른다. 다 시절인연이다. 버리면서 가치 있는 걸 찾게 된다. 욕심과 집착을 버릴 때 진정 내게 가치 있는 걸 찾게 된다. 채우고 더하는 게 아니라 버리고 비우자. 그러면 새로운 것이 끌려와 다시 채우겠지만 그건 예전의 그것이 아닐 것이다. 그마저도 때가 되면 다시 변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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