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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형균 Apr 15. 2023

안전지대

안전지대는 사랑이 있는 곳

아버지께서 계신 안방의 살짝 열린 문을 통해 익숙한 일본노래가 들려왔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의 안전지대(安全地帯; Anzenchitai, Rock Band)의 '悲しみにさよなら'('슬픔이여 안녕')이었다.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버지께서 NHK 방송을 시청하고 계셨고 안전지대의 콘서트가 방영되고 있었다.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나도 내가 보는 TV를 켜고 NHK에 채널을 맞추고 스피커의 볼륨을 높였다. 안전지대 40주년 기념 콘서트 녹화방송이었다. 너무도 놀란 건 보컬인 타마키 코지의 머리가 백발이었고 나이 들어 보였다. 내가 학창 시절 좋아해서 많이 듣던 밴드인데 그새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싶었다. 안전지대는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결성된 밴드이다. 비록 타마키 코지의 음성은 젊은 시절과는 조금 달라졌고 발성이 힘 있진 않았지만 여전히 감성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젊은 시절 날카롭고 사나워 보이던 타마키 코지의 외모는 세월이 흐르면서 부드러워졌다. 비록 뒤늦게 보기 시작하긴 했지만 이어서 역시 내가 좋아하는 'I Love You からはじめよう'('I Love You부터 시작하자')를 들을 수 있었다. 가사와 멜로디 모두 좋은 노래들이다. 이 노래들을 들으면서 어린 학창 시절이 떠오르고 그때의 감성이 되살아났다. 오래전 읽었던 책의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때 들었던 음악들이 뇌에 각인되고 그건 시간이 오래 지나도 좋아하게 된다."는 글이 생각난다. 그래서 요즘도 과거 10대, 20대 때 들었던 노래와 음악들을 그렇게 많이 들었어도 요즘도 찾아서 듣게 되나 보다. 순수했던 시절 들었던 노래들을 지금 다시 들으면 과거 순수했던 감성이 되살아나 나의 감성연령을 젊었던 그때로 되돌려 준다. 음악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좋은 친구이자 애인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좋은 친구이자 애인은 바로 나 자신이다. 이 노래들의 가사를 보면서 나 자신에게 하는 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슬픔이여 안녕. 너를 ( 자신을) 사랑한다고 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안전지대'란 밴드 이름을 보면서 '안전지대'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안전지대를 떠나라."는 말도 생각난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곳이 오히려 위험한 곳이었고, 위험하다고 여겼던 곳이 오히려 안전한 곳이었던 때가 많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안전지대'는 '사랑이 있는 곳'이고 '위험지대'는 '사랑이 없는 곳'이란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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