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의 빛글 Jul 12. 2023

또 다시? 제로에서 시작되는 삶

그래도 시작합니다. 그리고, 힘빼고 걷습니다.


삶의 경험이 축적되고 체득되었다면,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해 있어야 하고, 과거보다 오늘은 좀 더 나아있어야 미래도 희망적인 것 아닌가?

내 인생의 결과물은 왜 폐기되어야 하는가?  

내 삶의 과정을 리디자인 하는 것은 성장에 있어서 당연한 과제이지만, 성장이 아닌, 시작점이 더 낮아진 것이다. 내 인생은 리셋되는 느낌이다. 살아갈 기회를 다시 얻었지만, 새롭게 리셋된 것이 아니라, 풀리지 않은 문제를 잔득 안은 채로 한 발 내딛는 것 조차 힘들다. 

다시 시작해야 되는 순간이 올 때마다 힘겹다. 

나만 그런가? 별별 모진 생각을 해가면서,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그려본다. 

미래가 그려지질 않았다. 


그래서, 하나님을 원망했다. 

더이상 내 탓을 하기엔, 버틸 힘이 없어서 누군가에게 탓을 돌려야만 했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왜 나에게 타고난 복을 주지 않으셨습니까? 

부모에게 물려받을 복을 주지 않으셨으면, 남편복이라도 주시지, 그것도 안주셨으면, 자식복이라도 주시지, 아님, 내 힘으로라도 잘 살아갈 수 있게 사회적 능력이라도, 일복이라도 주시지, 왜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으셨습니까? 제대로 된 것 하나라도 주시지, 짊어질 문제만 주시고 왜 해결할 능력은 주지 않으셨잖습니까?


그런데, 하나님 편에서 보시면, 너무 터무니 없는 원망이다.  

의로운 욥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은 사단의 시험에 들어, 온재산을 다 잃고, 처자식도 다 잃고, 건강을 잃었는데... 내가 뭐라고??


나 같은 게 뭐라고, 내가 의로운 일을 한 것도 아니고, 하나님께 내 일을 의논하면서 진행했던 것도 아니고, 내 생각과 판단으로 내 멋대로 행동해서 생긴 결과인데, 하나님께 원망할 자격 조차도 없었다. 


대장이 꼬여서 병원에 실려 갔던 것, 알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한 기침으로 성대가 다 상하고 말을 할 수 없었던 2년 정도의 기간과 성대결절 수술 후 재발한 것 말고는 그래도 선천적인 건강한 신체를 주셨다. 

이혼이라는 테그에 두 번의 이혼은 수치로 다가왔고, 딸이 간헐적 외사시가 되고, 잠을 이기지 못하는 체력이지만, 그래도, 자식을 잃은 부모는 아니다. 

부모에게서 도움 받아 본 것이 없지만, 부모가 딸의 피를 빨아먹는 파렴치한 분들은 아니다. 사회적 능력이 탁월하지 않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가게 하시니 감사하다. 


아니, 감사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다른 길을 열어주시는 것도 감사하다. 

그저, 하나님을 알게 되고, 성령 하나님께서 함께 하심을 알게 하시니 감사하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지리산을 오르면서, 히말라야를 오르는 것 같은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길을 찾아 가고 있다. 

내 몸에 모든 힘을 빼야 되고, 오로지 하나님만 의지해야 한다는 것을 뼈져리게 깨달았다. 

고난의 시간을 겪고, 돌아온 탕자의 낭비된 시간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이유가 그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래야 하나님을 인정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작은 아이가 고학년이 되었을 때,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했고, 

큰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작은 아이가 사춘기가 된 그 때, 우리는 또다시 시작해야 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게 있다면, 내 인생에 하나님이 1번이 되었다. 

그래서, 내 맘대로 결정하지 않고, 온 힘을 빼고 하나님의 음성으로 살아가려고 노력중이다. 

주말은 교회에서 봉사하고, 매주 수요예배와 매일 아침 새벽기도하고, 베트남장로회신학교 운영 스텝으로 내 경제적인 삶을 꾸려가는 것보다 더 우선하고 있다. 


다음은 나의 학력과 경력이 달라졌다. 

미루고 미뤘던 박사 논문을 썼고, 드디어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서정대학교 사회복지상담과 겸임교수가 되었다. 

그동안 공부해오던 명리학이론과 코칭임상을 정리해서 명리학 코칭 1년 과정으로 1:1코칭 교육을 시작했다. 

심리관련 유튜브 채널 '@윤슬의 심리살롱'을 개설한지 한달이 좀 넘었다. 

병영독서 우수 코칭강사로 5년째 병사들을 만나고 있고, 올해도 부대 두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깨달았다고 해서 환경이 바로 즉시 바뀌진 않았다. 

그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고 있다. 나의 시작은 진행중이다. 

나의 내면은 재생산된 고퀄리티 가치로 채워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체면을 살려 준, '이대 합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