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시작합니다. 그리고, 힘빼고 걷습니다.
삶의 경험이 축적되고 체득되었다면,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해 있어야 하고, 과거보다 오늘은 좀 더 나아있어야 미래도 희망적인 것 아닌가?
내 인생의 결과물은 왜 폐기되어야 하는가?
내 삶의 과정을 리디자인 하는 것은 성장에 있어서 당연한 과제이지만, 성장이 아닌, 시작점이 더 낮아진 것이다. 내 인생은 리셋되는 느낌이다. 살아갈 기회를 다시 얻었지만, 새롭게 리셋된 것이 아니라, 풀리지 않은 문제를 잔득 안은 채로 한 발 내딛는 것 조차 힘들다.
다시 시작해야 되는 순간이 올 때마다 힘겹다.
나만 그런가? 별별 모진 생각을 해가면서,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그려본다.
미래가 그려지질 않았다.
그래서, 하나님을 원망했다.
더이상 내 탓을 하기엔, 버틸 힘이 없어서 누군가에게 탓을 돌려야만 했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왜 나에게 타고난 복을 주지 않으셨습니까?
부모에게 물려받을 복을 주지 않으셨으면, 남편복이라도 주시지, 그것도 안주셨으면, 자식복이라도 주시지, 아님, 내 힘으로라도 잘 살아갈 수 있게 사회적 능력이라도, 일복이라도 주시지, 왜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으셨습니까? 제대로 된 것 하나라도 주시지, 짊어질 문제만 주시고 왜 해결할 능력은 주지 않으셨잖습니까?
그런데, 하나님 편에서 보시면, 너무 터무니 없는 원망이다.
의로운 욥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은 사단의 시험에 들어, 온재산을 다 잃고, 처자식도 다 잃고, 건강을 잃었는데... 내가 뭐라고??
나 같은 게 뭐라고, 내가 의로운 일을 한 것도 아니고, 하나님께 내 일을 의논하면서 진행했던 것도 아니고, 내 생각과 판단으로 내 멋대로 행동해서 생긴 결과인데, 하나님께 원망할 자격 조차도 없었다.
대장이 꼬여서 병원에 실려 갔던 것, 알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한 기침으로 성대가 다 상하고 말을 할 수 없었던 2년 정도의 기간과 성대결절 수술 후 재발한 것 말고는 그래도 선천적인 건강한 신체를 주셨다.
이혼이라는 테그에 두 번의 이혼은 수치로 다가왔고, 딸이 간헐적 외사시가 되고, 잠을 이기지 못하는 체력이지만, 그래도, 자식을 잃은 부모는 아니다.
부모에게서 도움 받아 본 것이 없지만, 부모가 딸의 피를 빨아먹는 파렴치한 분들은 아니다. 사회적 능력이 탁월하지 않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가게 하시니 감사하다.
아니, 감사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다른 길을 열어주시는 것도 감사하다.
그저, 하나님을 알게 되고, 성령 하나님께서 함께 하심을 알게 하시니 감사하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지리산을 오르면서, 히말라야를 오르는 것 같은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길을 찾아 가고 있다.
내 몸에 모든 힘을 빼야 되고, 오로지 하나님만 의지해야 한다는 것을 뼈져리게 깨달았다.
고난의 시간을 겪고, 돌아온 탕자의 낭비된 시간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이유가 그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래야 하나님을 인정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작은 아이가 고학년이 되었을 때,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했고,
큰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작은 아이가 사춘기가 된 그 때, 우리는 또다시 시작해야 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게 있다면, 내 인생에 하나님이 1번이 되었다.
그래서, 내 맘대로 결정하지 않고, 온 힘을 빼고 하나님의 음성으로 살아가려고 노력중이다.
주말은 교회에서 봉사하고, 매주 수요예배와 매일 아침 새벽기도하고, 베트남장로회신학교 운영 스텝으로 내 경제적인 삶을 꾸려가는 것보다 더 우선하고 있다.
다음은 나의 학력과 경력이 달라졌다.
미루고 미뤘던 박사 논문을 썼고, 드디어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서정대학교 사회복지상담과 겸임교수가 되었다.
그동안 공부해오던 명리학이론과 코칭임상을 정리해서 명리학 코칭 1년 과정으로 1:1코칭 교육을 시작했다.
심리관련 유튜브 채널 '@윤슬의 심리살롱'을 개설한지 한달이 좀 넘었다.
병영독서 우수 코칭강사로 5년째 병사들을 만나고 있고, 올해도 부대 두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깨달았다고 해서 환경이 바로 즉시 바뀌진 않았다.
그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고 있다. 나의 시작은 진행중이다.
나의 내면은 재생산된 고퀄리티 가치로 채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