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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말고 축제

삶은, 지금 이 순간이야

by 호연

'해야 하는' 삶에 익숙하다.

멍- 때리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는 낯설다.

고요한 순간에도 생각은 쉼 없이 돌아갔고 몸은 들썩였다.


올해를 시작하며 버킷리스트 11개를 적었다.

하고 싶고, 해내고 싶은 일들로 가득 채우며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었다.


사무실을 오가고, 아이들을 보며, 남는 시간에는 자기 계발을 한다.

수업이 있는 저녁은 조금 더 분주히 움직인다.

늘 이렇게 살아왔으니,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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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누군가의 말에 '1분도 못 버틸 것 같은데'라는 답이 튀어나왔다.

이제야 알게 됐지만 멍과 빈 둥은 나에게 정말 필요한 시간이었다.

번아웃이 오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많이 지쳐있었다는 것을.


목표지향적인 삶은 멈추지 않는다.

늘 배우고, 성장하고, 부족한 부분을 해결하며 개선해야 할 문제를 쉼 없이 찾는다.

삶에서 부족한 구멍을 찾아내며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반복된다.

강의를 듣고, 검색하고, 방법을 배우고,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생각을 한다.


삶의 문제가 끝없고, 해결되지 않아 지쳤지만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내가 문제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나의 이런 고민을 멘토에게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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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는 중이야.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이미 잘 살고 있는 거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도 좋지만, '나는 미래에 이렇게 살 거야'라는 생각으로 현재를 희생하면,

결국 지금을 살지 못하는 거야.


‘나는 꽃순이다.’ 이렇게 생각해.

나는 시골 촌사람이다. 텃밭을 가꾸고, 머리에 꽃을 꽂고, 마을을 웃으며 배회하는 사람.

그런 느낌으로 살아봐. 목표를 내려놔. 목표를 이루고 달성하려다 보니 삶이 계속 걸림돌처럼 느껴지는 거야.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흔들리고, 불안해지잖아. 그건 집착이야.


지구를 여행이라 생각해. 우리는 지구를 여행하러 놀러 온 거야.

노는 것도 하고, 배우는 것도 하는 거야. 그런 마인드로 살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남편과 아이들을 포용하며 살아봐.

인생을 편하게 살아. 영원히 살 것처럼 살지 마.

우리는 지구에 놀러 온 거야.”


멘토의 말을 들으니 내가 빠져있던 삶의 굴레가 보였다.

개인적인 목표에 빠져 주어진 지금의 삶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알았다.

무겁다고 느꼈던 문제들이 조금은 가볍고 가뿐하게 느껴졌다.


즐겁고 행복하고 편안하게 현재를 사는 것.

남편과 아이를 포용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보는 것.

이런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니 숙제하듯 말고, 축제처럼 살고 싶어진다.


조금 더 많이 웃고, 지금 여기서 행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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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꽃순이가 되어

내 삶을 즐겁게 누리고, 행복하게 여행하며

사랑을 품고, 가슴을 열고, 마음을 나누며, 지금 이 순간 행복하자.


멍- 때릴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마음껏 만끽하며

오늘도 삶이라는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시작하자.


인생을

숙제 아닌 축제로 만들며.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사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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