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감정 쓰레기다.
무너진 일상(16화) 글이 '조회수 1,000회를 돌파했습니다' '2,000회를 돌파했습니다' '5,000회를 돌파했습니다'라며 뜨는 알림을 보면서 진짜?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왜?'라는 의문과 함께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게 맞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래서 염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오늘의 글은 결론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예의 일 것 같다.
아들의 재검 결과, 수치가 정상에 가깝게 뚝 떨어졌습니다.
그간의 불안과 고통이 가히 짐작이 되고도 남을 만큼 아들은 야위었다. 몸과 마음이 따로 있지 않기에 마음이 힘들었던 시간만큼 온몸으로 버텨낸 아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기도할 뿐이다.
재검 결과를 알려주는 아들의 목소리는 아주 건조하다. 안도하거나 좋아하는 것도 없이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담당 의사조차도 서둘러 모든 검사를 권했던 최악의 결과가 한 달 반 만에 정상에 가까운 수치로 돌아온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분명히 좋은 소식이고 당연히 괜찮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동안 가족 모두가 가슴 졸이며 견뎌낸 시간들이 허무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분한 마음도 살짝 올라왔지만 무탈한 결과만 생각하며 두 손 합장하고 큰소리로 외치며 사방으로 감사의 절을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왜 그런 일이 생겼지?'
처음 검사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런 결과가 있었고 또 어떻게 한 달 반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일까?
검사의 오류일까?
그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스트레스?
아들은 밖으로 표현을 하기보다는 생각이 많고 말을 아끼는 성향이기에 업무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면 분명히 하루아침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닐 것이다. 견딜 만큼 견디고 버틸 만큼 버티다가 결국 무너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최악의 지표로 인해 모든 일에서 손을 놓고 주변을 정리한 것이 그동안 본인이 받았던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게 한 결과가 되었고 온전하게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일까?
물론 그 시간 역시 불안과 공포로 스트레스가 되었겠지만 그전의 것보다는 덜했던 것일까? 한 달 반이라는 짧은 시간에 정상 수치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은 그렇게 밖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스트레스란?
스트레스의 어원은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을 버텨내기 위한 내면의 에너지(힘)'에서 유래한다.
▪︎외부의 자극 : 대인관계, 갈등, 소음, 추위, 과도한 업무, 질병등...
▪︎버티는 힘(에너지) : 우리 몸은 외부 자극이 가해지더라도 내면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가진다. 다만 무조건 참거나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자극을 받은 만큼 쉼(휴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과도한 자극으로 인해 버티고 버티다 견디기 어려워지는 순간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으로 무너지면서 다양한 결과를 초래하고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지 않는 질병은 없다.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은 가장 먼저 소화불량으로 체하거나 심한 경우 아예 음식을 잘 먹지 못하게 되고 장 기능이 약한 사람은 설사나 변비가 생긴다. 또 예민한 사람은 잠을 잘 못 이루고 두통에 시달리는 것처럼 평소 자신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먼저 불편해지면서 건강에 빨간 경고등이 켜지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감정 쓰레기다.
"스트레스받는다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누가 주는지 모르지만 일단 내가 받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요?"
강의 중에 종종 드리는 질문에 '우째 안 받노? 아무리 말해도 내 말을 안 듣는데... 복장이 터지는데 우째 안 받느냐고?' 하시며 다시 반문을 하곤 한다.
그렇다,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의 원인은 대개가 상대방 때문이라는 말을 한다.
내 말을 듣지 않는 상대방 때문에
하기 싫은 것을 자꾸 요구하는 상대방 때문에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원하는 일이 내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모두가 상대방 때문이거나, 상황 탓만 있을 뿐 어디에도 '나 때문에' '내 탓으로'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과연 그럴까? 그것이 사실이라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스트레스의 원인인 상대방이 없어지거나 내가 요구하는 것이 없으면 된다. 하지만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고 서로 부대끼며 사는 한 서로에게 바라는 것, 원하는 것들의 이해관계가 없을 수 없다.
살아온 지난 시간만큼 많은 스트레스를 겪었고 그로 인해 여러 차례 수술도 하면서 스트레스가 심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도 터득했다.
우리 모두는 살아 있는 동안 수많은 외부 자극에 노출되고 그럴 때마다 생기는 감정 쓰레기를 쌓아두기 싫어서 버리는 방법을 찾았고 부단한 노력을 했다.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상대는 자신의 방식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 단지 나와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자.
K와 나는 같은 모임의 일원이었고 최소한 1주일에 한 번은 마주하는 사이였다. 그녀는 자기애가 아주 강했고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그것을 드러내기를 좋아하면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다. 어느덧 그녀의 말투와 행동들이 스트레스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장으로 생각을 바꿔 보기로 했다. 그녀는 종갓집 맏며느리로 어른들에게 인정받고, 세 아이를 키우면서 자녀들과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사람이었다. 내게는 불편한 사람이지만 '저렿게 인정받는 곳이 있는 사람이니 그렇게 모든 것이 거침이 없었구나' 라며 인정하는 순간 내가 훨씬 편해졌다.
그녀에 대한 나의 스트레스는 그녀의 말투와 행동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행동을 보면서 옳다, 그르다로 판단하고 있는 나의 생각이 원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와 맞지 않는 상대와 거리 두기.
-굳이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거나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자.
나는 K의 입장에서 그녀를 인정하고 그녀의 행동을 이해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눈치 없이 다가와서는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고, 알고 싶지 일들을 널어놓으며 사람을 피곤하게 했다. 처음에는 건승으로라도 대답도 하고 호응도 했지만 차츰차츰 피로도가 쌓였고 결국 그녀의 모든 이야기는 한 귀로 들어와 한 귀로 흘려보내면서 입을 다물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그녀와의 거리가 멀어졌고 나는 다시 편안해졌다.
▪︎타인의 스트레스에 동조하지 않기
-누군가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를 털어놓을 때 적극적으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단호하게 그 부분에 대해서 멈추라고 말하자.
K의 행동은 비단 나 한 사람에 그치지 않았고 그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불편함을 겪었다.
어느 날 B가 K에게서 받은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 순간 얼른 B의 입을 막았다.
내 입장에서는 잊고 있었던 K에 대한 스트레스를 끄집어내는 셈이 되기 때문이었다.
"귀한 시간에 좋은 얘기만 합시다. 우리가 이런다고 그 사람 안 바뀌잖아요"
그랬다. K는 지금도 변함없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고 우리의 험담이 K를 바꿀 수는 없을뿐더러 그 사람 나름대로 인정해 주고 판단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정신 건강을 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관점을 조금만 달리 하면 훨씬 가벼워질 수 있다.
웃음치료를 통해 박장대소를 하면서 뱃심을 키웠고,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상대방이 아니라 나를 들여다보는 연습을 했다.
불편함이나 불안한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기도 명상을 하면서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연습도 했다.
그래서 지금은 아주 평온하다.
웬만한 일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하루아침에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 되는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스트레스는 타인이 나에게 버리는 감정 쓰레기고 그 쓰레기를 내가 받을 건지, 버릴 건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아들도 이번 일을 겪으면서 명상을 시작했다고 한다. 스스로 마음 근육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고도 한다.
힘든 일을 겪은 만큼 성숙해진 아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고 했듯이 힘든 시간을 견딘 만큼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