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가스라이팅

미안해, 정말 미안해

by 힐링아지매



7살 때 입학을 했고 4월 어느 날 학교를 ㅣ마치고 집에 왔을 때 이미 아버지는 영원히 그의 곁을 떠나고 없었다.


항상 곁에 있어 주던 엄마는 언제부턴가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왔고 일찍 오는 날은 그간 못했던 숙제 검사며 '자기가 먹은 밥그릇과 수저는 먹자마자 바로 씻어라고 했지!' '물건들을 제자리에 딱 정리하라고 했잖아!'라며 설거지와 청소를 하는 내 화를 내고 아들들을 혼냈다.


엄마의 퇴근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엄마는 예전처럼 아들을 향해 제대로 웃어 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엄마가 곁에 있는 자체가 좋았다. 일요일이면 종 외삼촌 식구들과 도시락을 싸서 아버지 산소로 소풍을 가곤 했다. 그런 날은 종일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매일 해야 하는 학습지를 하지 못한 날은 엄마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 놓고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했다. 학습지를 하지 않아서 혼나는 것보다 그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화를 내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엄마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된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있었던 일이나 칭찬받은 얘기 하면 엄마의 화를 누그러뜨릴 수가 있다.


건강 염려증

그것보다 엄마가 아예 화를 내지 않게 하 방법으로 퇴근하자마자 아프다고 거나 몸이 불편하다는 말을 면 걱정 앞선 엄마는 절대 화를 내지 않는다.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은 날 그 방법을 쓰면 언제나 성공적으로 분위기 바꿀 수 있었다.


아버지 병으로 떠나보낸 엄마는 어떤 일보다 들들의 건강을 챙겼고 불안해하면서 예민했다. 그리곤 입버릇처럼


"너희는 아버지 체질을 닮았으니 건강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


"20살 넘어가면 2,3년에 한 번씩은 꼭 건강 검진을 받고 미리미리 예방하자"


체형과 생김새는 물론 식습관까지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는 얘기를 수시로 들으며 7살 때부터 너는 특히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는 말로 엄마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다.


하지만 군 복무 중에 일정한 시간의 식사와 운동으로 벌크 업을 면서 체력도, 체격도 모두 아버지와 라지면서 평소 엄마가 하던 이야기를 잊고 지냈다. 하지만 문제는 제대 이후부터 생겼다.


일정하지 않은 식사와 일의 특성상 수시로 밤을 새웠고 담배도 피우면서 좋았던 몸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들이 나타났고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던 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아버지 체질을 그대로 닮았으니... 아버지를 닮았으니...' 그때부터였을까?

감기만 걸려도 폐가 걱정되고 배만 조금 아파도 위장에 탈이 났을까 걱정고 조금만 피곤해도 간을 걱정했다.


30대 중반에 결혼을 하고 아이 낳으면서 강에 대한 강박과 불안감은 더 커다.


"아버지가 몇 살 때 돌아가셨지요?"


"34살이었지"


자신과 비슷한 나이에 돌아가신 아버지, 아버지가 없어서 겪었던 고통들을 너무 잘 알기에 내 아이에게는 그런 아픔을 주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살았다.

밤을 새우며 일을 했고 과로와 스트레스, 야식과 흡연, 역류성 식도염으로 힘들었고 수시도 머리가 아프다. 이러다 정말 아버지처럼 나도 일찍 죽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겁이 나지만 지금은 일을 더 해야 많이 해야 한다.






주변 정리를 하다

검진 결과에서 암 지표 수치가 정상범위를 훨씬 벗어났다. 이번엔 정말 몸속에 어느 부위 에서 큰일이 벌어진 것이 분명하다. 무섭다.


5년 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고다. MRI까지 모든 검사를 했고 담당 의사로부터 생활 습관을 고치지 않고 이대로 계속하면 나쁜 병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들었다. 야식, 인스턴트 음식, 탄산음료를 끊었고 매일 꾸준한 운동과 채소와 과일 먹기, 충분히 잠자기 등을 실천하면서 다행히 수치가 정상범위로 돌아 적이 있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또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수시로 머리가 핑 돌면서 어지럽고 가슴 중앙이 아프고 답답하 소화 되지 않고 항상 더부룩하면서 배 여기저기가 많이 아프다. 이젠 더 이상 손을 쓸 수도 없을 만큼 몸이 망가졌을 거라는 확신이 생기면서 몸은 점점 더 쇠약해진다.


급히 신경과를 찾았고 그간의 모든 증상을 종합해 소화기 내과의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5년 전 수치보다 훨씬 더 높게 나왔다.


긴급하게 하복부 CT 촬영을 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체중은 계속 빠진다. 여기저기 지인들과 AI에게 자문을 구했다. 말기 대장암이거나 폐암의 증상과 비슷하고 췌장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들 한다.


모든 정황들이 마지막을 준비하라고 하는 것 같다. 하고 있던 일을 모두 접고 주변 정리를 시작하면서 매일이 지옥이다. 아이만 보면 자꾸 울컥울컥 올라와서 볼 수가 없다.


불안감은 최악을 향해갔고 그제야 엄마에게 모든 상황을 알렸다. 엄마는 '괜찮을 거야,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또 만약에 나쁜 상황이 일어더라도 요즘은 의료기술이 좋아서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살 수 있어, 너의 의지가 중요하지'라며 아무 일 없을거라고 말을 하지만 정작 아들의 의지는 달랐다. 고통받으며 투병하는 것보다 차라리 포기를 선택할 생각이다.


모든 시나리오는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이라는 쪽으로 흘러갔고 결과가 나오기 전에 죽을 것만 같다. 너무 무섭다. 아내와 딸에게 너무 미안하고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하복부 CT 검사 별다른 이상소견 없이 깨끗합니다.
대장에서 용종하나 제거 했고 위는 두 곳에서 조직 검사를 위해 그 부위를 추출했습니다. 조직을 떼긴 했지만 제 소견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일단 검사를 해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심하게 높은 수치의 원인을 찾아낼 때까지는 안심을 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나온 검사 결과로 조금 숨이 쉬어지긴 하지만 아직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앞으로 남은 조직검사 결과와 갑상선 초음파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면, 내게 새로운 기회를 주신 거라고 생각하고 건강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설사 위나 갑상선에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감사하게 겸허하게 받아 드릴 준비가 되어 있지만 제발 아무 일 없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빌고 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아들에게 일어난 일들다.

아들의 시점에서 글을 적어 봤다. 이 과정에서 아들의 건강 염려증과 불안함과 두려움은 모두 내 탓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도 모르게 했던 가스라이팅... 게 원인이었다.


이 모든 일들이 끝나면 아주 진지하게 진심으로 아들에게 사과를 할 예정이다. '너희들에게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을 해서 불안하게 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어. 미안하다.'


아들아, 정말 미안하다 서른 살의 어른인 엄마도 그렇게 무섭고 불안했는데 너희는 얼마나 불안하고 두려웠겠니?

그땐 엄마도 몰랐다는 말로 용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지금이라도 부디 불안함도 두려움도 다 내려놓고 편하게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랄게.

너는 너 일뿐 아버지와 전혀 다른 삶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말해줘서 미안해, 넌 너의 삶을 잘 살아내면 된단다. 미안해 그리고 사랑하고 고맙다.





◇아들의 모든 결과가 30일 화요일에 나옵니다. 이후에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