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모델을 따라 해도 성공할 수 없는 이유
대한민국 평범한 M세대로 자란 나는 어릴 때 여러 가지 학원을 다니면서 자랐다. 처음 다닌 학원은 피아노 학원이었다. 딱히 피아노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유도 모른 체 열심히 3년이나 배웠고 콩쿠르 대회도 나갔다. 어렸을 때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었던 우리 오빠는 웅변 학원이 첫 학원이었다. 그때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는 '사내자식이 밖에 나가서 씩씩하게 말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말에 끌려다녔다.
그렇게 어린 시절 오빠와 나는 같이 컴퓨터 학원, 보습학원, 입시학원, 입시 과외를 받아가며 큰 고비 없이 지원했던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그 사이 나는 사교육에 완전히 질려버렸다. 아직까지도 심적으로 많이 힘든 날에는 모의고사를 보는 악몽을 꿀 정도니까. 다행히 나와 학원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대학입시 이후에도 다닐 수 있는 학원은 끝이 없다. 토익학원, 취업과외, 원어민 영어 과외, 각종 자격증 학원까지... 안타깝게도 십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한국 교육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여전히 학원과 과외에 익숙해서인 걸까? 많은 사람들은 각자 인생에 있어서도 명확하고 흔들리지 않는 안전한 성공법을 찾길 원한다. 간단히 말해
인생도 과외같이 누가 떠먹여 주길 바란다.
마치 명문대에 진학한 선배들을 멘토로 삼아 그들의 공부 방법을 따라 하는 것처럼,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롤 모델로 삼아 그 방법을 따라 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익숙한 예를 들어보자.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이나 날씬한 연예인들이 만든 영상을 보고 따라 한다.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이나 세계적인 비즈니스맨들의 성공 비결을 보고 따라 한다.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이나 세계 유명 부호들의 책을 읽고 따라 한다.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이나 글로벌 대기업 임원들의 성공 스토리를 읽고 비슷한 스펙을 만든다
연애 좀 잘한다(?)는 코치들이나 친구들 말을 듣고 썸남썸녀에게 그대로 따라 한다.
치유에 성공해서 생존한 사람들의 책을 보고 그들이 한 생활습관을 똑같이 따라 한다.
한 두 가지 정도는 따라 해 봤을 법도 한데... 이렇게 롤모델을 따라 하는 사람들에 몇 % 나 성공할까? 놀라지 마라. 실제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의 자기 계발 프로그램의 97%가 실패한다.
97%의 사람들이 실패한 이유는 각양각색이겠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성공 비결 그대로 따라 해 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성공하는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해도 3%는 되고 97%는 안되는 걸까? 쟤는 될 놈이고 나는 안될 놈인가? 성공한 사람들은 애초에 유전자부터 똑똑하게 태어나서, 또는 운이 무지하게 좋아서 애초에 너와 비교조차 안 되는 케이스니 헛수고 그만두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무언가 배우려는 순수한 의도는 인생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태도이다. 그러니 내 롤 모델의 인생과 태도를 마음껏 관찰하고 탐구해도 좋다. 하지만 그들의 실제 사용한 '방법'을 카피하는 것 만으로는 내가 원하는 인생을 만들어내기 힘들다. 왜냐하면
나는 내 롤 모델과 완전히 다른 존재다.
그래서 나와 그의 시작점과 도착점도 다르다.
실제로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재능이 있거나 활용할 수 있는 환경적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내 롤 모델보다 더 쉽고 빠르게 목표를 성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존재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면(왜?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항상 떠먹여 졌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노력을 부으며 에너지를 낭비할 수도 있다. 반대로 나는 내 롤 모델이 했던 노력보다 훨씬 더 많은 재능과 노력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딱 따라 하라는 만큼만 부어본 뒤 섣불리 실패라 부르며 좌절할 수도 있다.
근데 다 필요 없고 설령, 누가 정말 잘~ 떠먹여 져서 성공을 했다 치자.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사람들은 성공이라고 여기는 성취(ex> 돈, 직업, 학위, 관계 등)를 이뤄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공허함을 느끼며 그제야 '내가 누구인지, 인생은 왜 사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게 된다. 결국 누구나 언젠가 한 번은 해야 할 고민이란 소리다. 그래서
뭐가 되려고 하기 전에 나를 잘 알면 성공한다.
성공한 3%의 사람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성공하는 사람들을 무작정 따라 하지 않는다. 나라서, 나니까 성공할 수 있는 나만의 습관을 만든다. 그 습관이 행복한 인생으로 이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97%의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 따라 한다. 그 습관이 그 사람에게만 유효할 수 있다는 걸 망각한 채.
그동안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코칭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꼈던 사실도 바로 이 점이었다. 100이면 100, 각자가 필요로 하는 힐링도, 바꿔야할 생활습관도 모두 달랐다.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고민하고, 자신만의 습관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내가 봐도 정말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인생의 변화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