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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씨티 Feb 21. 2022

보이지 않는 관계 속 조종을 찾아서

동의하지도 않은 계약서, 들이밀지 말라고!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드라마에서 나오는 단골 대사, 혹시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반대로 입 밖으로 내뱉어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이 거래적인 관계에 익숙해졌다면 이 말이 내포하는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나를 함부로 대한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게 대체 뭐가 문제일까? 준다길래 가만히 받기만 했는데 왜 내가 뭘 잘못했다고 느끼게 만드는 걸까? 매일 마주하는 관계 속에서 이런 의문이 종종 들었다면 오늘 이 글이 이 말의 무게를 잘 설명해 줄 거다.



세상에 많은 아이들이 가정에서 '진짜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채로 키워지고 있다. 부모들은 거미가 파리를 잡듯이 아이를 키워나간다. 특히 자식을 가족과 사회의 소유물로 여기는 문화권(인도, 아시아)에서는 이런 일이 흔히 발생한다. 사랑 없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돌려받기 위해서 준다. 부모가 이루지 못한 성취를 아이를 통해 이루기 위해 온갖 서포트를 해준다던가, 늙고 병들었을 때 자신을 돌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던가. 

이런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모든 것에는 보이지 않는 조종의 끈이 달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는 아무리 많은 것을 받고 자랐다 하더라도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건 순수한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조건적인 사랑이다.
아이가 원치 않는 빚을 계속 지게 만든다.


이 관계를 사업에 비교해볼까? 계약을 맺고 서로가 원하는 걸 주고받는 건 투명하고 건강하다. 기대한 만큼 받으니 배신감 느낄 일이 없다. 그러나 이런 역기능 가정의 부모는 마치 아이에게 동의하지 않은 계약서를 만들어 지키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아이는 애초 부모 혼자 만든 계약서에 사인한 적이 없다. 이렇게 '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어른이 되었을 때 다른 종류의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게 된다는 거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한다. 이 아이들은 자라면서 무의식 중에 


남에게 신세를 지면 복종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는 생각을 갖게 된다. 따라서 남에게 무엇을 이유 없이 받는 일이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진다. 동의하지 않는 또 다른 빚을 지는 것 같아서. 결국엔 빚을 갚기 위해서는 내 자유의지와 욕구를 버려야 될 것처럼 느껴진다. 이 아이들이 배운 '사랑이란 덫에 갇히는 경험'이었던 셈이다. 


당신이 또는 당신의 주변 사람이 무의식 중에 다음과 같이 행동하고 있다면, 관계 속 보이지 않는 조종의 끈에 끌려다니는 중일 수도 있다. 한번 셀프 체크해볼까?

상대방이 나를 위해 같은 것을 포기하기를 기대하면서 내 인생의 무언가를 포기한다.
상대방이 나에게 관심/애정을 줄 것을 기대하면서 관심/애정을 쏟는다.
상대방이 나에게 나만의 공간/자유를 주길 기대하면서 그만의 공간과 자유를 준다.
상대방에게 빚을 지우기 위해 저녁을 산다. (빚을 질 것 같아 얻어먹지 않는다.)
어려울 때 도움받기 위해서 상대방이 필요한 도움을 준다.
감사 인사를 받고 싶어서 남에게 무언가를 해준다.
상대방이 내 편에 서서 내 험담을 하지 않도록 선물을 준다.

이런 행동 패턴을 가진 사람들은 내가 상대방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기 위해서 상대방이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법을 기가 막히게 빨리 알아낸다. 혼자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은 계약을 맺은 뒤 기대하고 배신당하는 경험을 반복한다. 이 사람들, 대체 왜 그럴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은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거야.

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사랑받기 위해서 끊임없이 뭔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대감이 채워지지 않는 일이 발생했을 때 깊은 수치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상대에게 부당한 취급을 받았다고 분노하며 사는 것이다. 이제 왜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는 말의 무게가 느껴지는가?

아이는 우주의 선물이다. 

부모는 아이를 보호하고 아이가 자신만의 정해진 운명의 방향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은 것뿐이다. 우주는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서로의 의식을 확장시키고 나아가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에게 엄청난 선물을 줬다.


진짜 사랑은 무언가를 내 일부로 여기는 행위이다. 있는 그대로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는 아이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무언가를 돌려받기 위해 주지 않는다. 만약 내가 무언가를 돌려받고 싶어서 주고 싶다면, 그리고 그 기대감을 숨기고 싶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주지 않는 것이 낫다.


그렇다면 내가 진짜 사랑을 주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상대방의 행복해서 내가 행복을 느낀다면 그게 바로 무조건적인 사랑을 하고 있다는 있는 증거이다. 이제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진짜 사랑을 주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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