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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씨티 Feb 06. 2022

'몸만 커버린 금쪽이', 내 마음은 누가 알아주나?

정서적 암흑기를 함께 살고 있는 금쪽이들에게

아무리 TV, 뉴스를 잘 안 보는 나 같은 사람도 요즘 '금쪽같은 내 새끼'는 시간이 날 때마다 챙겨본다. 요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을 통째로 힐링하니라 열일하고 계시는 우리 오은영 박사님. 같은 분야에서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전국민적인 힐링 열풍이 너무나도 반갑다. 감사합니다 ❤︎


나 또한 프로그램들을 보며 어린 시절 상처받았던 내 안의 금쪽이도 같이 힐링을 받고 있다. 특히 코끼리가 물어본 금쪽이의 속마음을 들을 때면 눈물 콧물 다 흘리며 감정 이입이 된다. 내 주변에도 나 같은 친구들이 꽤 있다. 그래서인지 실제 아이를 가진 부모가 아닌 20~30대층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아이의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말이 문제죠.


정말 특별한 문제가 있는 소수의 아이들을 제외하곤 부모의 말에 의해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경우들이다. 우리 모두 이 생에 부모가 되는 일은 처음 겪는 일이다. 우리 모두가 첫 시험, 첫 취업, 첫사랑에 떨리고 서툴었던 것처럼 첫 육아도 마찬가지다. 엄마, 아빠의 역할이 처음이라 서툴러서 실수를 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처음부터 뭐든 다 잘하는 사람은 없다. 세상에 아이에게 저지르는 실수가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를 알고 일부러 상처 주는 말을 하는 부모는 없다. 그렇지 않은 몇몇 케이스는 무시무시한 아동 학대 뉴스거리가 되긴 하지만. 그렇다면 


왜 부모들은 아이들을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말이 아이들을 힘들게 한다는 건 모를까?

프로그램을 봤다면 알아차렸겠지만 결국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의 부모에 어린 시절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항상 똑같은, 또는 더 큰 상처를 줬던 부모님이 있었다. 요즘 시대엔 아이 하나를 기르는데도 정말 많은 에너지와 자원이 들어가지만 우리 윗세대, 그 윗세대를 올라갈수록 육아에 대한 교육 같은 건 없었다. 그래서? 시대적 상황이 그랬으니까 나를 힘들게 한 부모님을 무조건적으로 용서하고 효도하며 살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육아에 있어 아이들의 감정을 다뤄는 측면에 관심이 보이기 시작한 건 정말 최근 들어서이다. 아동학대가 단지 신체적인 학대뿐만이 아니라 정서적, 언어적 학대를 포함한다는 걸 인정하게 된 분위기가 된 지 정말 오래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학자는 이런 양육이 지속된 시기를 '정서적 암흑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정서적 암흑기에서 부모들이 저지르고 있는 큰 세 가지 실수는 이렇다.


하나, 아이들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둘, 아이들의 감정을 무시하고
셋, 아이들의 감정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지 않는다.


출근 준비에 1분 1초가 바쁜 아침, 갑자기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울며 떼를 쓰는 아이에게 '왜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지' 짜증보다 걱정이 앞서고 '그런 감정이 들 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주는 엄마 아빠는 몇이나 될까? 나도 어렸을 때 학교에 안 간다고 떼를 썼다고 아침부터 폭풍 회초리를 맞은 기억이 지금까지 선명하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뒤늦게 학교에 달려가던 어린 나를 회상하면서 억울한 마음을 달래준 적이 있다.

어린 시절에 치유하지 못한 상처들은
무의식에 그대로 저장되어 아이에게 대물림 된다. 


부모의 유전자만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말과 행동을 결정하는 무의식도 생활습관도 아이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된다. 혹시 어릴 때 겪었던 일들이 상처가 된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어버렸는데, 아물지 않은 상처들 때문에 생겨나는 일들 인지도 모르고 고통받고 있진 않은가? 나는 그랬다. 어릴 때 받은 상처들을 알아차리고 치유하려고 필사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치유작업를 해오고 있다. 


한 5개월만에 쓰는 글이다. 지난 몇 개월은 개인적인 일들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 사이에 하는 일도 좀 바뀌었는데 요즘에는 '내면 아이 치유' 작업을 하는 1:1 개인 코칭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세션이 한 회 한 회 진행됨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회원들의 얼굴을 지켜보고 그들의 인생에 잠시 함께하는 게 정말 즐겁고 감사하다. 


운명인 것 같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 딱히 원치 않았던 간호학을 공부한 것도, 졸업 후에 웰니스 분야에 전문적으로 종사하게 된 것도.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겠다고 어찌어찌하다보니 힐링씨티를 만들게 된 것도.


전쟁은 아니지만 전쟁만큼 힘들 수 있는 정서적 암흑기를 겪으면서 어른이 되버린 우리 모두가 '몸만 커버린 금쪽이'인건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이 오은영 박사님에게 엄청난 위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안에 있는 아픈 금쪽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첫 번째 엄마가 되어주셨으니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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