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걱정돼서 그런다'는 사람들에게
"요즘 일은 어때? 잘 돼가?"
"응 그럭저럭. 평생 할 일이라 장기전이다 생각하고 꾸준히 쌓고 있는 중이야. 넌 별일 없었어?"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가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대부분 일 이야기.
내가 원하는 일하면서 살아보겠다고 퇴사하고 내 사업을 하게 된 지도 어느덧 4년. 일 이야기, 각자 사는 이야기 조금 하다가 보면 다음 질문은 거의 반고정이다.
요즘 만나는 사람은 없어?
축약 버전으로 짧게 그간 있었던 데이팅 스토리들 조금 풀어 주면 그렇게 재밌어한다. 특히 유부녀인 친구들은 싱글이 데이트하는 이야기가 그렇게 재밌단다. 자기네들은 이제 끝난 일이라며 그런 선덕선덕한 이야기 듣는 게 재밌다고. 자연스럽게 결혼 생활이나 육아하는 이야기로 스무스하게 대화가 연결되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나이가 들면 결혼한 사람들은 결혼한 사람끼리 싱글은 싱글끼리 육아맘은 육아맘끼리 또 애견인은 애견인끼리만 어울리게 된다는데 글쎄, 그건 당신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인생의 가장 큰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게 인지상정이라지만 난 나와 다르게 인생의 다른 스테이지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참 흥미롭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대신 살아 본 귀한 소감을 공유해 주는 느낌이랄까? 내가 강아지를 키운다면, 내가 해외에 산다면, 내가 결혼을 했다면, 내가 엄마라면...
what if...?
서로가 다른 길을 가고 있다면 지금까지 다른 선택을 한 것일 뿐 모두에게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친구들과의 대화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겁다. 나이가 한 살 두 살 더 먹어가면서 내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당신이 싱글이던, 유부남녀이든, 싱글맘이든, 이혼남녀이든, 재혼을 했든, 삼혼을 했든, 게이던, 레즈비언이던, 유명인이든, 몸이 불편하든, 정신적으로 아프던, 사업가든, 주부이던, 무슨 종교를 믿던지 모두 괜찮다. 핵심은 나와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의 인생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느냐이다. 이게 안되면 친구로 지내기가 어렵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걸 증명해 보이거나 인정받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무의식 중에 자기가 처한 상황은 '맞고' 자신과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잘못된' 것처럼 이야기를 하면서도 무엇이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주는지 모른다. 이런 예를 들면 조금 이해가 쉬울까. 부모님을 포함해서 결혼을 한 사람들이 종종 하는 질문이 있다.
너는 왜 결혼 안 해? 아니, 대체 결혼은 언제 할 거야?
결혼은 한 그룹은 '옮고' 결혼을 안 한 그룹들은 왠지 모르게 '이상한' 사람들로 싸잡아 내리는 질문이다. 이 질문이 그렇게 들리지 않는다면 이렇게 되물어 봐라. 이해가 바로 될걸?ㅋㅋㅋ
너는 왜 결혼한 거야? 아니, 어쩌다가 결혼하게 된 거야?
싱글이 유부를 만날 때마다 이런 질문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기분이 어떨까? ㅋㅋㅋ
반대로 결혼한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들인 마냥 묻는 사람들은 없다.
당신과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라.
요즘 30대 한국 남자의 반절이, 한국 여자 세명 중 한 명이 미혼이라는데 세상 변하는 것도 조금은 더 반영됐으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전 동거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엔 결혼 전에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보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선도 늘어난 것처럼.
이 세상에 무료지만 아무도 받고 싶지 않아 하는 게 하나 있다.
요청하지 않은 인생 충고나 조언이 바로 그것이다.
본인이 본인 걱정이 안 된다는데 굳이 대신해서 걱정해 주는 환영받지 못하는 배려는 제발 그만.
이런 질문을 해도 되나 안 되나 망설여진다면 그 반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길 바란다.
그럼 아주 명확해질 테니까. 당신이 소중한 타인의 경계를 침범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