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인과의 대화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하고 삶이 확 바뀐 친구가 주변에 둘 있다. 자기를 정말 끔찍이 아끼던 내 친구는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 이후 내 친구는 자기보다 자기 강아지를 더 끔찍이 아끼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마치 자기만 알던 친구가 육아를 시작한 뒤 아이 위주의 삶을 사는 것처럼...
나도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친구 강아지들이랑 같이 시간을 보내며 생긴 좋은 추억들이 꽤 있다.
종종 장기 여행을 가는 친구네 강아지나 고양이를 잠깐 돌봐준 경험은 있지만 내가 반려동물의 주인이 되어 본 적은 없다. 나 혼자 그 작고 귀한 생명을 엄마같이 돌봐야 한다는 건 솔직히 큰 책임감이기에 키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준비되지 않았다면 섣불리 시작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언제가 나도 꼭! 내가 키울 고양이나 강아지와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면서 사랑을 주고받는 경험을 해 보는 게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이다.
몇 년 사이 모든 관심이 자기에서 반려견으로 옮겨가 버린 친구가 너무 신기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있잖아. 나는 반려견 키우는 주인들 정말 대단한 것 같아. 너도 그렇고, 주인들이 자기 동물한테 해주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저렇게까지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수 있나 싶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네가 그 질문해서 지금 막 생각해 본 건데... 과연 사람들이 주는 사랑이 무조건적일까?
"왜 아니야? 너 하는 것만 봐도... 얘가 아무리 말썽 피워도 다 이해하고 내버려두잖아"
"내가 얘한테 집도 마련해 주고, 밥도 주고, 관심도 엄청 주고 있잖아. 그러니까 마티도 나를 엄청 따르고...
내가 이렇게 잘해주니까 얘도 나만 따라다니고 기다리는 거 같아. 근데... 내가 만약에 마티한테 아무것도 안 해줬다면 얘가 과연 나를 좋아할까? 잘 모르겠어. 결국 나도 얘한테 이렇게 해주면서 그 보답으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잖아... 이게 주고받는 거 아닌가? 그럼 무조건적이라고 할 수 없는 거 아냐?
"음..."
친구가 던진 재밌는 질문 덕분에 우리는 한참 동안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해서 토론을 하다 헤어졌다.
자기네 집 개가 똥을 싸도, 신발을 다 물어뜯어 놔도, 먹지 말라는 걸 먹어도, 실수로 살짝 물어도...
그냥 다 이해하고 용서하고 안아주는데...
이게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니면 뭐지...?
내 친구는 아마도 진짜 사랑을 배워가고 있는 중이라 생각한다. 아직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싱글녀 둘에게는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주제였던 것 같다.
세상 모든 주인들이 자기 반려 동물을 마치 엄마가 자식을 아끼듯 사랑하진 않을 수 있지만, 최소 내 주변 사람들이 자기 동물을 키우는 걸 곁에서 지켜보면서 실로 엄청난 사랑이라 느꼈었다.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를 내 일부로 여기는 것.
To Love something is take it as a part of yourself.
진짜 사랑하면 상대를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나를 아프게 하지 않고는 상대방을 상처 줄 수 없다.
상대방이 상처받으면 나도 아프다. 만약 누군가를 상처 주고 아무렇지 않다면 그 사람을 또는 동물을 진짜 사랑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그래서 오늘 던지는 나의 질문은,
당신은 지금 당신과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있는가?
진심으로 그러고 있긴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