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알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근데 어떻게 결혼을 결심한거야?
이 사람이다 싶어?
지난 10년간 청첩장을 주러 온 친구들에게 내가 꼭 물어보는 질문이다.
결혼이 회사와의 연장 계약처럼 갱신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물론 멀지 않은 미래에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거라 믿지만, 누군가와 서른 살이 넘어서 결혼해도 최소한 50년 이상 함께 살겠다고 약속하는 거니까. 그런 중대 결단은 어떻게 내리는 지 궁금했다. 마음이 식었다고 '자, 고마웠어. 이제 안녕'하고 헤어질 수 있는 그런 약속은 아니니까. 힘들어도 인내하며 평생 같이 살던가 아니면 무 자르듯이 반으로 쪼개질 수밖에 없는 지금의 결혼 제도가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 주변 사람들의 대답은 각양각색이었다.
음... 모르겠고 그 사람이 결혼하자고 해서 하는 거야.
지금 내 나이, 내 상황에서 만날 수 있는 최선의 사람인 것 같아...
내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것 같았어. 결혼하고 나서 안정감도 들고 너무 든든해.
모든 상황이 결혼하라고 도와주는 것 같았어. 모든 게 술술 진행되더라고. 할까 했는데 눈 떠보니 했더라?
음... 사실 난 아무것도 모르고 결혼한 거 같아. 다행이지.. 잘 살고 있어서ㅎㅎㅎ
내가 만약 지금 결혼을 한 상황이었다면... 저 질문에 뭐라고 대답을 했을지 상상해 봤다.
오래 만나기도 했고, 싸울 일도 이제 거의 없고, 서로 잘 알고 편하고. 추억도 많고, 약속도 했고.
굳이 다른 사람 찾아 또 그걸 해야 하나?
아마 이런 대답을 하지 않았을까...?
지금 나는 서른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기로에 놓여있다.
우리 세대의 부모님들은 내 나이면 이미 결혼 적령기가 지났다고 말하고, 내 친구들은 결혼하기 늦지는 않았지만 절대 빠른 나이는 아니라 말한다. 이렇게 애매모호한 나이, 결혼한 친구들과 싱글인 친구들이 반반씩 섞여 있는 과도기가 내 나이다. 그래서 친구들이 모이면 결혼 생활에 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결혼하면 한대로 안 하면 안 한 대로
모두 고민이 있다.
하루는 결혼한 친구와 결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음... 근데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결혼한 거 같아."
"대단해... 근데 봐봐. 지금 너 그 누구보다 잘 살고 있잖아. 얼마나 운이 좋은 거야?"
"응. 운이 좋은 것 같아. 근데 준비가 돼서 결혼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맞아... 어릴 때 멋모르고 결혼하는 게 왜 더 쉬운지 알겠다니까. 나이가 한 살 한 살 드니까 더 복잡해지는 것 같기도 해."
"응, 나도 아마 이 사람이랑 안 했으면 지금까지 싱글일지 몰라."
"근데 넌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고 결혼했는데 지금 이렇게 잘 살 수 있어? 나는 사랑을 모르고 결혼하면 실패할 확률이 더 크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너 보면 그것도 아니잖아"
"음... 근데 지금 너랑 얘기하다가 생각해 보니까... 나도 결혼 초반에 엄청 싸운 시기가 있었잖아? 커플들 대부분 그렇고. 우리는 싸우고 대화하고 맞추고 도 싸우고 대화하면서 같이 성장한 것 같아."
"아... 그럼 어떻게 보면 넌 결혼을 한 상태로 한 사람이랑 같이 성장하면서 사랑을 배우고 있는 거네? 그럼 난 반대로 싱글인 채로 연애하면서 사랑을 배우고 있는 거고?"
"맞아. 진짜 사랑을 알아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결혼을 안 했다고 늦은 것도 아니고, 결혼을 했다고 빠른 것도 아니지."
그랬다... 사랑을 모르고 결혼해도 괜찮다.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될 운명이라면 사랑을 모르고 결혼했다고 쳐도 결혼을 통해 사랑을 배우게 된다.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될 운명이라면 결혼이라는 제도에 구애받지 않고도 사랑을 배우게 된다.
누군가와 함께 성장하면서 어른이 될 수도 있고,
나 혼자 어른이 돼서 또 다른 어른을 만나게 될 수도 있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뭐 이런 거 같기도 하고.
나는 어느 순서대로 갈지도 모르지만, 이제 더 이상 그 순서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그래서 재밌는 인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