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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씨티 Apr 27. 2023

결혼은 싫은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랑?

결혼 십 년 차 부부의 현실적인 조언

코찔찔이 신입생 시절부터 서로의 이 꼴 저 꼴을 다 지켜보면서 크고 작은 흑역사를 함께한 대학 동기들이랑 휴가를 다녀왔다. 그중 한 친구가 대만에 살고 있어서 얼굴도 볼 겸 겸사겸사 대만에서 회동하기로 했다.


사실 위치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우리가 만날 때마다 하는 건 술 한 잔 하면서 그간 못다 한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는 거니까! 내 속마음을 꺼내어 꾸밀 필요 없이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수용감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 준 고마운 인연들이다. 내 강점도 내 약점도 누구보다 잘 알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 :)


아무리 여자 넷이라지만 삼일 내내 붙어 수다를 떨면 소재가 떨어질 만도 한데 우리는 잠잘 시간을 쪼개서 새벽까지 수다를 떨었다. 삼박 사일의 수다 가득한 여행 중에 좋아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한 부분이 있었다.


대학 시절 추억 회상, 연애, 육아, 사업 이야기부터 노후 이야기까지 인생 과업의 생애를 따라 안나눈 이야기 가 없었는데 단연 열띤 토론을 벌인 부분은 바로 결혼이야기. 우리 넷 중 둘은 결혼을 하고 둘은 싱글이었기에 더더욱 흥미진진했던 거 같다.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행복할까?


결혼한 두 친구가 8년, 9년째 각자 원하는 형태로 가정을 잘 꾸려서 행복하게 살고 있기에 자동적으로 그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마지막 날 밤에는 친구 남편까지 합세해 대 토론의 장이 열렸는데 유부남녀들의 결혼에 대한 공통적인 조언은 이랬다.


결혼은 싫은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랑 하면 좋아.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이게 무슨 소린가 했다. 아니, 너무 좋아서 항상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싫은 게 단 하나도 없는 사람이랑 하면 좋다고? 일생 단 한 번만 하고 싶은 중대 결정을? 대체 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내게 오빠가 릴랙스 하고 들어보라고 설명을 해줬는데 그 논리가 확 와닿았다. 


"너 수학시간에 역, 이, 대우 배웠찌? 그럼 '싫은 게 하나도 없다'라는 말의 대우는 뭐야?"

"대우면 다 정반대? 그러면... 좋은 게... 좋은 게... 뭐지? "

"그 명제의 대우는 좋은 게 너무 많다는 거지. 결국 싫은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은 좋은 게 너무 많다는 거야."


오~ 진짜 그러네... 그렇다... 싫은 게 하나도 없다는 건 좋은 게 너무나도 많다는 거구나. 얼핏 듣기에 싫은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을 선택한다는 게 딱히 로맨틱하거나 현실적인 조언같이 않았다. 그런데 이 기발한 설명을 듣고 나니 이 부부가 거의 십여 년을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란 걸 느꼈다.



사랑을 잘 몰랐던 어린 날에는 나를 항상 설레게 하고 좋아 미치겠어서 일 분 일 초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 것만 사랑인 줄 았았다. 죽을 때까지 손 꼭 잡고 다닐 수 있는 로맨틱한 관계를 꿈꿨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이상적인 로맨티시즘이 얼마나 연인 관계와 결혼 관계를 방해하는 요소인지.


결혼과 로맨스는 완전히 다르다. 로맨스를 꿈꾸며 결혼을 했다간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로맨스로 시작해 결혼을 할 수는 있겠지만 결혼해서 로맨스만을 기대하며 살 순 없다. 이걸 몰랐던 미성숙한 시절에 섣불리 결혼이라는 중대 결정을 하지 않아서 정말 정말 다행이다.


누군가와 반평생을 함께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일찍 결혼해서 육아도 잘 해내고 있는 친구가 말했다. 


결혼은 한 팀이 되는 거야.


둘이 한 팀이 되어서 서로를 도우며 함께 이뤄내야 하는 거라고. 사랑으로 시작했을지라도 나중에는 전우애를 느끼며 살아간다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힘들어하는 거 보면 서로 그렇게 짠하단다. 가족이 되어 설렘이 끝났다 해서 사랑이 끝난 게 아니며 더 끈끈한 무언가가 생긴다고. 


내 친구 부부들같이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서로의 인생을 함께 만들고 완성시킬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축복인 것 같다.


다행히 내 주변에는 결혼 후에 더 큰 안정감을 얻고 행복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영감을 많이 받아온 여행이었다. 물론 백세인생 끝까지 살아봐야 아는 거겠지만, 사랑하는 내 친구들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희로애락만을 겪게 되길 빈다.


나는 싫은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겠지만,

어떻게 사람이 다 좋을 수 있어? 내가 나를 봐도 싫은 게 있는데... 이게 가능할까?

타협점으로 싫은 게 한 두 개 있다 하더라고 내 크나큰 사랑으로 다 품어버릴 수 있는 사람도 괜찮지 않나?


애들아, 나 아직 철이 덜 든 걸까? ㅋㅋㅋ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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