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렛 먹으면 여드름이 날까?
100% 순수 다크 초콜렛과 여드름의 상관관계
사랑을 전달하는 밸런타인데이같이 각종 기념일마다 흔하게 주고받는 달콤한 유혹 초콜렛.
사무실 서랍에 잘 쟁여놨다가 출출해질 때쯤 한두 개씩 꺼내 먹고 있진 않나요? 사실 이렇게 조금씩 절제하면서 먹을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이죠. 배고픔이 아닌 감정적인 신호에 따라 먹기(Emotional eating) 가장 쉬운 간식 중 하나가 바로 초콜릿입니다. 그 달콤한 맛에 중독되면 빠져나오기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저도 단맛이 당기면 코코아 함유량 80% 이상 다크 초콜렛을 종종 사 먹는데요, 왠지 모르게 힘든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기도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comfort snack인 초콜렛 때문에 여드름이 난다면 좀 다시 생각해볼 문제 아닌가요? 오늘은 초코렛과 여드름의 상관관계에 대해 파헤쳐 본 뉴트리션팩츠 영상 두 편을 리뷰해보겠습니다.
여드름 때문에 고민이신 분들, 초콜렛 계속 먹어도 괜찮을까요?
너무 맛있죠... 가끔 내 마음 알아주는 건 얘뿐인 날들도 있어요전 세계 사람 10명 중 1명은 여드름이 납니다. 여드름은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퍼진 질병 순위 10위 안에 든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여드름은 식이습관과 굉장히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명한 하버드 간호사 연구에서 4만 7천여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우유 섭취와 여드름의 상관관계를 조사해보았더니, 특히 저지방 우유를 마신 청소년은 여드름이 날 확률이 더 높다고 밝혀졌습니다. 연구자들은 우유 속 호르몬이 여드름을 일으킨다고 추측했는데요, 이뿐만 아니라 저지방 우유 속 단백질인 유청 단백질(whey protein)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유청 단백질은 저지방 우유에 첨가하여 묽은 느낌을 없애는데 사용합니다. 이 유청 단백질은 여드름을 직접 만들거나 호르몬은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유청 단백질은 청소년기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여드름이 없어질 때쯤 유청 단백질을 또 섭취하면 다시 여드름이 생긴다고 하네요.
그러나 콩 단백질 보충제는 똑같은 여드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로 봤을 땐, 여드름의 원인이 단지 유청 단백질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여드름과 영양학 사이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검토해보면, 유제품과 여드름의 연관관계를 연구한 논문 20개 중 약 75%에서는 부작용이 있었고 나머지 연구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결국 유제품은 여드름에 아무런 유익한 효과가 없습니다. 따라서 여드름 때문에 고민이신 분들은 유제품 없는 식단을 시도해 볼 가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다시 오늘의 주제인 초콜렛은 어떨까요?
'초콜렛은 여드름을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친 1969년에 발표된 연구는 지금까지도 독보적으로 인용되며 수십 년 동안 계속해서 언급이 돼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 한 소아과 저널에선 '몇 년 전부터 이미 먹은 초콜렛은 현재 여드름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며 이 연구가 언급이 되었습니다. 이 연구의 인용은 어떤 결과가 임상 연구에 통합되기 전에 '연구에 근거한 증거들'이 어떻게 면밀히 조사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주의를 불러일으키는 좋은 예입니다. 논문이 미국 의학 협회 저널(JAMA) 같이 세계적으로 저명한 곳에 실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연구는 아닙니다. 특히, 업계의 이해관계가 관여될 때 우리는 그 연구들을 더욱더 조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식이 요법은 여드름을 치료하는데 흔히 쓰였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식이 요법과 여드름의 치료는 점점 멀어졌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 연구에서 초콜렛이 여드름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이 연구는 초콜릿의 무해성을 증명하기 위해 진짜 초콜렛 바와 가짜 초콜릿 바를 비교했습니다. 여기서 사용된 가짜 초콜릿 바는 28% 순수한 트랜스 지방에다가 부분적으로 수소를 첨가한 식물성 기름이 사용되었습니다. 이 기름 물질은 염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이렇게 해로운 가짜 초콜렛과 진짜 초콜렛을 비교했으니 당연히 진짜 초콜릿은 그다지 나쁘게 보이진 않았겠죠. 이 방법은 특정 업계에서 지원되는 연구에 많이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연구의 설계적인 결함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설계로 수행된 연구 두 편은 여드름 발생과 식이 요법의 연관 관계를 분리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최근까지도 대부분의 피부과 의사들은 그렇게 믿어오고 있으며 수십 년 동안 식이 요법과 여드름의 연관관계가 있다고 하면 비과학적이라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여드름은 식이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미신이라는 카테고리로 강등되었죠. 단지 결함이 있는 연구 두 편에 의존해서 지속적으로 여드름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놀라운 사실이지 않나요? 그래서 우리라도 초콜렛을 한 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한 연구에서 밀크 초콜릿 바 두 개를 먹기 전후로 사람들의 혈액을 검사해보니 고름 세포는 염증성 화학 물질을 방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초콜렛 속의 설탕이나 우유가 아닌 순수 초콜렛 성분이 여드름의 주범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여드름과 식습관에 대해 조사한 한 연구를 살펴보니 여드름은 초콜렛 섭취와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서 추가된 설탕이 여드름의 주범인지 보기 위해 설탕이 많은 음식과 정제된 탄수화물의 양을 줄이니 여드름도 몇 개월 만에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대조군과 비교해보니 현저히 좋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다시 한 번 설탕이 여드름의 주범이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밀크초콜릿과 젤리를 먹게 했습니다. 설탕이 문제라면 여드름은 두 그룹에서 똑같이 악화되어야 했는데요, 그 대신 초콜렛 그룹이 더 악화되었습니다! (충격적인 결과죠ㅠㅠ) 초콜렛을 먹은 그룹은 여드름이 두 배가 되었지만 젤리를 먹은 그룹은 아무런 증상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설탕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말이며, 어쩌면 순수한 초콜렛이나 밀크 초콜렛 속의 뭔가가 여드름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100%의 순수 초콜렛이 여드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한 연구를 찾아봤습니다. 경미하거나 중증도의 여드름 환자 57명을 무작위로 세 그룹 화이트 초콜릿 바, 다크 초콜렛 바, 대조군(아무것도 먹지 않음)으로 나누어 한 달간 매일 초콜릿을 먹였습니다. 여기서 사용한 다크 초콜렛은 제빵사들이 쓰는 100% 초콜렛이었습니다. 100% 다크 초콜렛과 달리 화이트 초콜렛은 우유와 설탕으로 가득합니다. 그 결과, 실제로 여드름은 화이트 초콜렛 그룹에서 악화를 보였으나 다크 초콜렛이나 대조군에서는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다크 초콜렛 섭취는 여드름의 악화와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였으나 또 다른 다크 초코렛 섭취에 관한 두 가지 연구는 다크 초콜렛 섭취가 최소 4일에서 2주 만에 여드름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합니다. 상반되는 결과를 가진 논문들은 가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데요, 이럴 때 뉴트리션팩츠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대조군의 존재 여부입니다.
대조군이 없었던 연구의 설문지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콜렛이 여드름의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초콜렛을 먹으면서 자연스레 여드름이 날 거라는 기대를 하기 때문에 여드름을 더 많이 났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연구를 설계할 땐 플라시보 초콜렛을 잘 만들어 먹여야 합니다. 먹는 사람들이 진짜 초콜렛을 먹었는지 가짜 초콜렛을 먹었는지 알 수 없게 코코아 가루를 불투명한 캡슐에 넣어야 합니다. 다행히 이렇게 똑똑하게 우유, 설탕, 지방을 완전히 제거한 순수 코코아 분말을 넣은 캡슐과 플라시보 캡슐을 비교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한 캡슐은 100% 무가당 코코아 분말로 가득하고, 다른 캡슐은 위약으로 무가당 젤 분말로 만들었습니다. 딱 한 번만 6 온즈의 코코아 파우더 또는 무가당 젤 파우더를 먹인 뒤 관찰했는데, 여기서 6온즈는 240개의 캡슐이었다고 합니다.
이백 개가 넘는 코코아 캡슐을 복용한 그룹은 트림하면서 코코아의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었겠어요. lol 아무튼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코코아 파우더를 먹은 그룹의 여드름의 수는 대조군과 비교 시 4일 안에 두 배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남자 대상자만 참가했기에 여성의 주기적인 호르몬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늘 별로 알고싶지 않았덛 초콜렛에 관한 정보를 알려드렸다고 저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ㅠ 저도 슬프지만 우리 정도껏 조절해서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만약 여러분이 초콜렛을 좋아하는데 여드름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당분간 초콜렛을 끊고 증상이 개선되는지 스스로 관찰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 글은 생활습관의학을 선두 하는 뉴트리션팩츠(https://nutritionfacts.org)에서 제공하는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하여 작성된 내용입니다. 뉴트리션팩츠는 닥터 그레거가 설립하였으며 기업의 광고와 후원이 전혀 없는 비영리적 기관으로써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지원한 자원봉사자들과 20명의 연구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상업적인 광고기사나 기업의 후원으로 발표된 논문들을 걸러낸 이런 투명한 건강정보들은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접해야 하는 건강에 대한 진실입니다. 저는 수년간 헬스케어 업계에 종사한 의료인으로서 뉴트리션팩츠 소속 하에 한국어 번역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코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