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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씨티 May 19. 2019

유방암 0기, 치료해야 할까?

암 조기진단과 예방적 치료 사이의 딜레마

암 조기진단과 과잉치료 사이의 딜레마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의학 기술은 양날의 검 같습니다.


현대 의학 기술의 발전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암 조기검진의 발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암 검진의 목적은 생명을 위협하는 암을 더 일찍 치료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암 검진은 암의 초기 발견율을 올리죠. 초기 진단으로 너무 작아서 안 보이는 암들을 전보다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고 심각한 단계로 가는 암을 점점 감소시켰습니다. 작은 암들을 모두 찾아 잘라내고 우리 순환체계에서 분리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방조영술(mammography) 이야기를 해보면 또 다릅니다. 유방조영술은 1980년대에 급격히 증가함에 동시에 초기의 암 진단율이 증가했습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암의 조기 진단이 늘었으니 반대로 말기 암의 발견율은 낮아졌겠다는 추측을 할 수 있겠죠? 그러나 그 결과는 사실이 아님을 아래 그래프가 잘 보여줍니다. 말기 암 발병률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유방조영술의 사용 비율을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유방조영술을 더 많이 사용할수록, 더 많은 인구가 유방암 검진을 받게 되고 초기 암도 자연스럽게 더 많이 발견됩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말기 암 사망률도 내려가야 하지만 실제로 그런 효과를 보이지 못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유방조영술이 시행될수록, 더 많은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으나, 유방암 사망률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좀 불편한 사실이죠?


왼쪽 : 초기 진단과 전이된 암의 발견율 사이에 상호보완관계 없음 /  오른쪽 :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줄어들지 않고 있음


그렇다면 대체 왜 더 많은 여성들이 유방암으로 죽어가고 있을까요? 이러한 발견을 통합적으로 분석해보니 유방암의 과잉 진단, 즉 유방촬영술로 발견된 암이 평생 자라지 않거나 심지어 발견되었어도 건들지 않는다면 아무런 해를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초기에 암을 제거하는 것이 말기 암 환자 수를 줄이지 않는다면, 이는 즉 그 작은 암은 평생 더 진행되지 않거나 알아서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죠. 

이 현상은 암의 발병률이 올라가는 이유를 잘 설명합니다. 실제로 많은 침습성 암들은 반복되는 유방조영술로 인해 발견되지만, 나중에는 발견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즉, 유방조영술로 발견된 침습성 유방암들은 자발적으로 퇴행하거나 자발적으로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100년이 넘게 때론 심각하게 전이된 암이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요. 여기서 문제는 유방조영술이 그 경우가 언제일지까지 알려줄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과 암종(DCIS, ductal carcinoma in situ), 즉 '유방암 0기'이라 불리는 것은 특히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덕트(Ductal)"는 유방 도관을 의미하고, "암종(carcinoma)"는 암을 의미하고, "in situ"는 덕트 바깥으로 퍼지지 않는 위치이며 제 위치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위 사진같이 작은 석회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석회화들은 유방조영술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방조영술의 목적은 조기에 침습성 질환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발견된 많은 수의 관암종은(유방암 0기) 예기치 못한 발견이며 반갑지가 않죠. 유방조영술의 발견 이전엔 관암종이 유방암의 3% 정도 밖에 안됐습니다. 그러나 현재 관암종는 발견되는 유방암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 세포들은 마치 침습성 암처럼 보이기 때문에, 즉 유방암 0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추정을 합니다. 그리고 조기 제거 및 치료는 암 발병률과 사망률을 감소시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인구 조사로 알아본 결과 매년 50,000에서 60,000건의 관암종(유방암 0기) 병변 제거는 침습성 유방암 발병률을 감소시키지 않았습니다. 이는 내시경 검사로 결장의 용종을 제거하는 것이나 팹스미어로 발견한 자궁경부암 전단계 조직을 제거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입니다. 자궁 경부 세포진 검사(Pap smear)를 통해 암 발병 전의 병변을 제거하는 행위는 자궁 경부암 발병률이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방사선과 전문의들은 과잉 진단은 과잉 진료보다 문제 될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네 맞습니다. 그러나 유방암 초기 진단을 받고 그것이 당신에게 아무런 해를 미치지 않는 사실을 알지라도 기분이 그다지 좋지는 않겠죠. 그래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습니다. 네, 하지만 10년 유방암 생존율을 보고 0기 유방암을 진단받은 여성 중 수술을 받은 여성과 받지 않은 여성을 비교한 결과는 어떻게 다를까요?

수술을 받지 않은 여성 중 1.2%가 10년 안에 유방암으로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10년 동안 종양 절제술이나 유방 절제술을 받은 여성 중 1.4%가 유방암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러므로 수술은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이를 무작위 통제 실험으로 연구하는 중이지만  관암종(DCIS, 유방암 0기)를 진단받은 환자들에게 절제술을 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암에 대한 두려움은 환자가 생각을 마비시키고 수술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요?



이름을 바꾸는 건 어떨까요? 국립암 연구소 패널들은 "암종(carcinoma)" 이란 부분을 없애려고 합니다. 그냥 상피적 기원의 나태한 병변(IDLE, indolent lesion of epithelial origin)이라 부르면서 두려움을 덜어주는 언어를 사용하자고 주장하고 있죠. 이 딜레마를 피하기 위한 또 다른 옵션은 아예 검진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유방조영술을 받는 10명의 여성 중 1명 미만이 유방조영술이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그리고 10명 중 9명 이상이 일부 유방암은 결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일단 한번 암이 발견되면, 잠재적으로 해가 있는 것과 해가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과잉 진단은 오직 정기적으로 유방조영술을 받지 않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실제 유방암 조기 진단을 경험한 한 연구원은 검진을 피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잘 설명했습니다. 그녀는 암을 치료받으면서 몸이 망가지는 것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고,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이런 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판도라 박스를 열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유방조영술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대신 그녀는 식단과 생활 습관을 건강하게 개선해서 유방암을 처음부터 예방하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선택은 언제나 각자의 몫입니다. 


Overtreatment of Stage 0 Breast Cancer DCIS(한글 자막 있어요!)




이 글은 생활습관의학을 선두 하는 뉴트리션팩츠(https://nutritionfacts.org)에서 제공하는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하여 작성된 내용입니다. 뉴트리션팩츠는 닥터 그레거가 설립하였으며 기업의 광고와 후원이 전혀 없는 비영리적 기관으로써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지원한 자원봉사자들과 20명의 연구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상업적인 광고기사나 기업의 후원으로 발표된 논문들을 걸러낸 이런 투명한 건강정보들은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접해야 하는 건강에 대한 진실입니다. 저는 수년간 헬스케어 업계에 종사한 의료인으로서 뉴트리션팩츠 소속 하에 한국어 번역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코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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