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일시를 걷어내면, 무엇만 남겨질까요?

by 힐링큐브

"내가 했다." "네가 했다."
"내가 보고 있다." "내가 듣고 있다."
"내가 느꼈다." "내가 생각했다." "내가 기억한다."

우리는 매 순간
'나'와 '너'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행위에, 감각에, 사고에, 기억에.
모든 경험의 주체로서
'나'와 '너'라는 동일시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거울 앞에 서 있을 때도
비춰진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하죠.
"저게 나야."
"저건 너야."

그 장면, 그 얼굴, 그 표정에
'나'와 '너'를 분리해서 이름을 붙입니다.

그래서 나와 관련된 것은 동일시하고,
너와 관련된 것은 분리합니다.

내 물건, 내 기억, 내 생각.
그 모든 것은 '나'라는 감각에 휘감깁니다.

하지만 그 모든 동일시를
조용히 하나씩 걷어낸다면
무엇이 남을까요?

‘내가 했다’는 주체감,
그것조차도 흘러가는 감각이라면
행동은 그저 일어난 움직임일 뿐입니다.
원인 없는 흐름.

‘내가 보고 있다’는 느낌을 놓는다면
그저 ‘보임’만이 남습니다.
누가 보는지도 없는, 순수한 현상.

‘내가 듣고 있다’는 동일시를 걷어낸다면
남는 것은 ‘들림’.
소리라는 진동이
그저 지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아무도 듣고 있지 않아도
소리는 여전히 울립니다.

‘내가 느꼈다’는 동일시조차 놓아본다면
감각은 그냥 있습니다.
어떤 주체도 없이
그저 ‘느껴짐’만이 고요히 머뭅니다.

‘내가 생각했다’는 동일시를 내려놓는다면
생각은 마치 떠오르는 구름처럼
그냥 흘러갑니다.
잡을 수도, 붙잡을 이유도 없습니다.

‘내가 기억한다’는 동일시를 걷어낸다면
기억은 잠깐 떠오른 이미지일 뿐입니다.
그것이 '나'라는 증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모든 '나'라는 동일시를 걷어낸 그 자리에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을까요?

놀랍게도, 아주 분명한 무엇이 남습니다.

설명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말도, 생각도, 감정도 아닌
‘있음’ 자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그 조용하고 투명한 배경.

이름도 없고, 주체도 없으며,
주장하지도 않는 그 무엇.

모든 동일시가 걷힌 자리에는
오직 그것만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는
오직 당신만이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신은
그것을
발견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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